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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17) 내부순환도로에서 만난 하느님 ①

하필 퇴근시간 내부순환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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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며 하루를 보냈을 때, 내면의 평온함이 이어져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좋은 하루를 보낸 다음 좋은 하루의 마무리는 누구나 바라는 삶입니다.

하지만 때론 한 치 앞의 일도 알 수 없기에 좋은 일을 바라다 예기치 못한 일로 당혹감과 불안감으로 힘들었던 경험이 발생합니다. 그때마다 ‘바보 같은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고. 하지만 결국 진심 어린 삶을 살았다면, 삶의 과정을 아시는 무상(無償)의 하느님은 ‘주저앉은 불행에서 일어설 힘을’, ‘서러운 눈물에서도 기쁨을’, ‘절망뿐인 듯한 세상에서 희망’을 간직할 힘과 용기를 우리 곁에 놓아두셨음을 알게 됩니다. 고개만 살짝 돌려도 찾을 수 있듯 그리 쉬운 곳에 말입니다.

며칠 전에 수도원 후배 신부님이 내 방에 찾아와 공적인 일로 외국에 가는데 짐이 많아, 인천국제공항까지 바래다줄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 날 개인적으로 할 일도 많고, 날씨마저 저녁에 많은 눈을 예상한다는 뉴스를 들었던지라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모든 수사님들 역시 사도직 업무들을 보고 있었고, 후배 신부님의 선하고 안쓰러운 눈망울 때문에 부탁을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수도원 현관 앞에 있는 후배 신부님의 큰 가방과 여러 짐을 보는 순간, 그걸 들고 너무 힘들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에이, 모르겠다. 눈 딱 감고……!’

수도원 차 시동을 걸었습니다. 후배 신부님은 옆에서 어찌나 고마워하던지! 공항 가는 길, 날씨는 흐릿하여 하늘에서 곧 뭔가 내릴 것 같았지만, 우리는 오랜만에 차 안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출장 중에 몇 차례 피정 지도를 해야 한다기에, 피정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면서 도움이 되는 주제에 대한 대화도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시간 자체가 차 안에서는 서로가 영적인 나눔을 하는 피정의 시간 같았습니다.

어느덧 인천국제공항에 다 도착했고, 무거운 짐을 내리는 후배 신부님에게 ‘일정 잘 마치고 오라’는 격려의 마음을 전하면서 헤어진 후, 다시 수도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차량의 기름은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램프에는 60km 정도는 더 갈 수 있다고 표시되어 있었고, 수도원까지는 48km 남아 있었기에 갈 수 있겠다 싶어 부지런히 달렸습니다.

사실 인천국제공항에서 내부순환도로까지 주유소가 없었기에, 기름을 넣으려면 톨게이트를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시간은 퇴근 시간이라 차량 숫자가 늘어나, 서둘러 집으로 달렸습니다. 서서히 내부순환도로를 진입했고, 조금만 더 가면 수도원에 도착하겠다 싶었는데, 순간 달리던 차의 속도가 확 줄었고, 마음속으로는 순간 ‘앗, 안 돼, 안 돼’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나! 차는 마침내 퇴근 시간 절정인 내부 순환 도로 한가운데 꼼짝없이 서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나마 천천히 달리던 주변 차들은 ‘빵, 빵’ 거리며 차량의 흐름을 가로막은 나에게 항의를 하고 있었고, 운전하는 분들의 모든 입 모양이 하나같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쌍욕’이었습니다. ‘분명히 표시등에 남아있는 기름양으로는 집에 갈 수 있었는데, 표시등만 믿고 이렇게 달려왔는데, 어찌 이런 일이!’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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