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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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418. 성스러운 삶과 건강한 삶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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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대모님과의 관계 때문에 고민입니다. 대모님은 아주 조용하시고 늘 성당에서 기도하시고 봉사활동을 하셔서 존경받는 분입니다. 그래서 제 대모님으로 모셨는데, 날이 갈수록 대모님과 사사건건 갈등이 생깁니다. 저는 성격이 외향적이고 놀기를 좋아해서 친구들과 맛집도 찾아다니고 좋은 영화와 연극이 있으면 보러 다닙니다. 대모님께서는 그런 저에게 세속적이라고 일침을 가하시더군요. 그 말씀에 제 마음이 찔려서 온종일 기도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았는데 너무 마음이 답답해 결국 오래 하지 못하고 포기했습니다. 대모님은 다시 저에게 마귀가 들려서 그렇다고 하셔서 마음이 상처를 입었습니다. 또 제가 마음이 심란하다고 하면 마귀가 들렸다고 하십니다. 정말 마귀가 들린 건지요.



답 : 신앙적인 면이건 일상적인 면에서건 사람의 정신적인 건강성에 대한 판단은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가 그리고 자신도 편안한가 하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자신은 불편하다면 ‘병적인 콤플렉스’일 가능성이 높고, 자신은 편안하고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면 ‘성격 장애’, 자기도 불편하고 다른 사람들도 불편하게 한다면 ‘신경증 장애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모님이 자매님의 삶을 세속적이라고 말한 것은 지나치게 영적으로 민감한 경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종교적 신경증 증세’라고도 말하는데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과 세속을 구분하는 데 지나친 민감성을 보입니다. 기도와 성당에서의 삶이 아닌 다른 삶에 대해선 세속적이라고 단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성당에서 행사할 때도 늘 못마땅하게 불평을 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문화나 예술에 대해서도 경직되고 폐쇄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본인들은 신앙이라고 확신할지 모르나 자칫 세상의 모든 일을 선과 악, 빛과 어둠이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로 보곤 합니다. 그런 사람은 정신 상태가 분열증 초기일지도 모르니 조심할 일입니다.

또한, 이런 성향의 분들은 ‘종교적 자폐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흔히 ‘방주 콤플렉스’라는 증상인데 자신이 경험한 세상, 자신이 깨달은 것이 절대적이고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은 얼핏 보기에 신념과 신앙심이 대단한 분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자기 생각에 도취하고 자기가 만든 신앙에 빠진 심리적 우상숭배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음의 하느님이 아닌 자신이 만든 하느님을 섬기고 성경의 말씀을 자기 합리화를 위해 인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누이 강조한 바 있지만, 인간 삶의 영역은 영적인 영역과 정신적인 영역 그리고 육체적인 영역으로 구분되는데, 이 세 가지 영역이 균형을 이룰 때 그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지나치게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에만 빠져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영적인 세계에만 몰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사람은 마음이 늘 하느님만 향할 수는 없고 또 그분께 대한 믿음을 늘 견고하게 유지할 수는 없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원래 반듯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면이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해줍니다. 정신의학에서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욕망에 충실하고 약간은 흐트러짐이 있을 때 가장 사람답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흔히 지진에 대비해 건물을 짓는 것에 비유되지요. 지진이 심한 곳에서는 건물을 견고하고 흔들리지 않게 짓지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내진 설계는 약간 흔들리게 짓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약간의 허술함이나 흔들림이 있어야 오히려 신앙인의 길을 잘 갈 수 있습니다.

가끔 빈틈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그런 분들을 대하면 숨이 막힐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사람이 아닌 로봇 같아서 말이지요. 완전함을 지향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영적인 삶을 사는 것도, 흐트러짐이 없이 사는 것도 아닙니다. ‘완전한 삶’이란 자신이 완전하지 못함을 고백하는 삶이라고 한 성인들의 말씀을 잘 묵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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