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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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7>복음화와 사회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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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정이 가톨릭 신앙을 접하게 된 것은 하느님의 섭리라고 나는 믿는다. 아버지는 60년대 말, 가정의 더 풍요로운 삶을 꿈꾸며 베트남에 기술자로 가셨다. 이른바 `월남 바람`이 불자, 수많은 한국의 아버지들은 포탄이 날리는 전쟁터에서 목숨값을 대가로 일하셨다. 파병 군인으로, 기술자로 베트남 전쟁터에서 벌어들인 외화는 말 그대로 한국 경제 재건에 큰 도움이 됐다.
 
 어머니는 한국에 세 아이와 함께 홀로 남겨졌다. 춘천에서 할아버지가 계신 인천으로 이사했지만, 주변 환경이 모두 다 낯설고 힘들었다. 어머니는 집 근처에 있던 성당을 발견하셨다. 결혼 전 친구 따라 우연히 갔던 명동성당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어머니는 성당에 나가기로 결심하셨다.
 
 어머니는 남편에게 허락을 받고 신앙생활을 하고 싶으셨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만일 당신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성당엘 다니지 않겠다"고 편지를 쓰셨다. 어머니의 편지에 아무런 신앙이 없던 아버지는 곰곰 생각하셨다. 주변 동료 중 멀리 떨어져 있던 가정이 파탄이 난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던지라 아버지는 성당에 다니면 최소한 가정이 파괴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어머니의 세례를 허락했다.
 
 어머니는 스스로 성당에 찾아가 예비신자 교리반에 등록하셨다. 1년여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어머니는 우리 세 남매를 데리고 집 근처 성당의 교리반에 개근을 하셨고, 끝내 가톨릭 신자가 되셨다. 그 덕분인지 아버지는 집 걱정 없이 타국 생활에 전념할 수 있었고, 무사히 가정으로 돌아오셨다. 아버지 역시 몇 년 후에 교리를 받고 신자가 되셨다. 하느님을 알지 못했던 한 가정이 주변 환경과 상황 때문에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는 기쁨을 얻었다.
 
 복잡해진 사회의 복음화
 교회는 우리 인간에게 복음을 선포한다. 복음은 말 그대로 `기쁜 소식`이다. 이 기쁜 소식은 우리 인간에게 다양하게 나타난다. 결혼한 새 가정 안에 아이가 태어날 때, 자녀가 좋은 대학에 합격할 때,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에 취업했을 때 등을 기쁜 소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신앙인에게 기쁜 소식이란 무엇인가? 신앙인에게 기쁜 소식이란 하느님께서 당신 외아들 예수를 이 세상에 보내 주심으로써 우리 인간을 구원해 주신 강생 구속의 사건이다.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구속 사건을 통해 기쁨으로 충만하게 됐고, 이 세상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새로운 존재로 변화됐다. 이를 일컬어 우리는 `복음화`(evangelization)라고 말한다.
 
 교회 안에서 이 기쁜 소식은 어떻게 선포되는가? 사람들을 복음화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복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방법과 형태를 통해 이뤄진다. 사람들에게 선교하는 직접적인 복음화 과정이 있는가 하면, 삶 속에서 그리스도인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복음화 과정이 있다. 또 인간 관계에서 생기는 여러 사회 문제들 속에서 사람들을 복음화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복잡한 관계구조를 지니고 있는 세상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들이 세상에서 살아가며 부딪히게 되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학문적이고 제도적인 방법들이 다양하게 시도됐다. 정치, 경제, 노동, 법률, 문화의 여러 분야 안에서 사회의 구조적인 악에 대한 해결책들이 제시됐지만, 아직도 세상은 이런 문제점을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사회교리를 통한 복음 선포
 교회 역시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을 통해 참다운 해결점을 찾고자 노력한다. 사회교리를 통해 이 세상 안에서 복음을 선포하고자 하는 것이다. "교회는 사회교리로 복음을 선포하고 사회관계의 복잡한 구조 안에서 복음을 현존시키고자 한다. 이는 사회 안에서 복음 선포의 대상인 인간에게 다가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복음으로 사회 자체를 풍요롭고 충만하게 하는 문제다"(「간추린 사회교리」 62항).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해 하느님께서 교회에 믿고 맡기신 것을 이 세상 안에 선포하는 과정을 수행해 나간다.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이루어 주신 자유와 구원의 메시지,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인간의 역사 안에 현존하게 만드는 곳이다.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교회는 진정으로 인간이 그리스도와 일치될 수 있도록 이끌며, 세상을 하느님 뜻에 맞는 세상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을 일컬어 사회교리를 통한 복음화 과정이라고 말한다.
 
 교회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울려퍼지는 복음인 사회교리는 인간에게 참된 자유를 가져다주는 말씀이다. 결국 사회 분야를 복음화해 인간의 마음속에 자유의 힘을 불어넣어 주고, 그리스도께서 진정으로 바라시는 가장 인간다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사회교리를 통한 복음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63항 참조).
 
 한 가정이 복음화되어 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실질적인 어려움을 신앙을 통해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인 경우가 많다. 한 사회가 하느님 말씀으로 복음화되기 위해서도 이러한 과정이 반복된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 사회 안에서도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에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해 그러한 시련과 고통을 극복해 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주었다.
 
 만일 우리 사회가 진정한 의미의 인간 발전을 추구한다면 교회의 사회 문제에 대한 가르침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만 한다. 다시 말하면 복음화가 진정한 의미의 인간 발전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말이다(「간추린 사회교리」 66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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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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