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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14>사회교리와 공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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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과연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의 사회성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칭하기 이전부터 시작됐다. 인간은 공동생활을 통해 더 나은 자기완성을 추구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그가 속해 있는 집단 안에서 지켜야 할 공동의 규범을 만들어 내며, 그러한 규범들 안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공동체를 만들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이나 고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 공동체가 도덕적으로 건강한 공동체로 성장하려면 이런 공동의 목표가 올바른 것일 때만 가능할 것이다.

 가톨릭교회 역시 하느님 백성으로서 신앙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다. 그 중심에는 항상 하느님이 함께 계시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인으로 자리하신다. 따라서 신앙 공동체인 가톨릭교회에는 모든 믿는 이들에게 필요한 공동선이란 가치가 존재한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지만, 교회는 자신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다.

 유학생활이 끝나고 10년째 신학교에서 사는 나는 본당을 하는 여느 신부들의 삶과는 많이 다르다. 본당 주임 신부의 경우 자신의 권한으로 본당 운영에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경우가 종종 있지만, 신학교에서는 신학생 양성을 담당한 신부들과 함께 많은 부분을 공유해야만 한다. 그것이 생각이든, 물질이든, 양성에 관한 정책이든, 혼자서 결정할 수 있을 때가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신학교란 고유한 특성도 있겠지만, 나 혼자 아무리 열심히 산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함께 사는 신부들, 신학생들, 그리고 직원들을 포함한 공동체 전체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

 성인 사제 양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는 신학교 안에서 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따라서 신학교 공동체는 사제 양성이란 목표 아래 개별 신학생들이 사제직을 향해 올바른 길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이러한 공동의 목표와 그에 대한 실천은 `공동선의 원리`가 신학교 생활의 기본적 구성 조건 중의 하나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가톨릭교회는 공동선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는 공동선의 의미를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더욱 충만하고 더욱 용이하게 자기완성을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사목헌장」 26항)라 가르치고 있다. 공동선은 사회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추구해야 할 선을 단순히 종합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공동선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해야만 달성되는 공동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이 도덕적으로 선한 행위를 통해 개인의 선이 완성되는 것처럼 사회 역시 자신의 행위를 통해 공동선을 이룰 때 완전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도덕적 선의 사회적, 공동체적인 차원이 바로 공동선인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164항 참조).

 사회교리는 인간 사회로 하여금 언제나 모든 차원에서 인간에게 봉사하기를 바라고 또 이를 지향하라고 가르친다. 이런 사회의 중심에는 당연히 모든 인간과 전인적인 인간의 선을 으뜸 목표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해 그 중심에 공동선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과 함께 존재하며, 다른 인간을 위해 존재하기에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성을 이룰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생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실천을 통해 기존 사회생활에서 발견되는 의미와 진리, 그리고 선을 끊임없이 추구해야만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165항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 시절, 2000년 대희년을 맞아 하신 말씀은 공동선의 정신을 잘 대변한다. "우리는 희망으로 사회적 결속을 다져야 합니다. 그것은 차가운 윤리적 태도나 이성적 태도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도 아닙니다. 냉혹하고 공격적인 실증주의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것은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긴급한 요청입니다. 그것은 정의를 바탕으로 재화와 이익을 나누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각자가 지향하는 이익을 일부 포기함으로써 공동체의 선을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한 목자의 성찰 프란치스코 자비」, 생활성서, 196쪽).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 남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는 삶이다. 지나친 개인주의가 인간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선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잊고 있는 공동체 정신의 회복을 상기시키는 일이다. 나를 먼저 포기하는 삶, 그것이 바로 공동선의 원리를 세상 안에서 실현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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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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