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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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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복음사가는 구약의 예언이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모두 이루어졌음을 증언하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래서 다른 복음서에 비해 구약성경을 더 자주 인용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마태오는 마리아가 동정으로 예수를 잉태하게 된 것을 두고 1독서에서 봉독된 이사 7,13의 예언이 이루어지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힙니다(마태 1,22-23).

여기서 인용된 이사 7,13에 따르면 젊은 여인이 아이를 잉태할 것이며, 아이의 이름이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 곧 임마누엘이라 불릴 것입니다. 이 구절에서 젊은 여인이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는 ‘알마’인데, 칠십인역 그리스어 성경이 이를 ‘파르테노스’, 곧 처녀(동정녀)라고 번역합니다. 마태오는 칠십인역 성경을 인용하면서 이사 7,13의 예언이 드디어 이루어졌다고 증언합니다.

이사야에 따르면 이 아이는 “나쁜 것을 물리치고 좋은 것을 선택할 줄을 알게 될 때” 엉긴 젖과 꿀을 먹게 될 것이었습니다(이사 7,14-17). 여기서 엉긴 젖과 꿀은 풍요로움, 곧 메시아 시대, 메시아를 통해 들어가게 될 약속의 땅을 상징합니다. 아이의 탄생은 이스라엘 민족이 그토록 들어가고자 하던 젖과 꿀이 흐르는 땅, 메시아를 통해 도래하게 될 약속의 나라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표징입니다. 곧, 하느님께서 이스라엘과 함께 계심이 드러나는 표징입니다.

사실, 이사야가 이 예언을 하였을 때에는 북쪽 이스라엘 왕국이 아람과 손을 잡고 자신들이 이끄는 반 아시리아 연합 전선에 동참하지 않으려던 남쪽 유다 왕국을 치러왔을 때였습니다. 이사야는 그들을 괴롭히던 북쪽 이스라엘과 아람이 아시리아에 의해 철저히 파괴될 것이라고 예언하면서(이사 7,17), 그 표징으로 아이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그 아이는 아하즈의 아들 히즈키야였으며 이사야의 예언처럼 기원전 722년경 히즈키야 임금 시대에 이스라엘과 아람은 아시리아에 의해 철저히 파괴됩니다.

그런데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 예언이 예수에 관한 예언이었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히즈키야 임금 시대 때 다시 회복된 약속의 나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철저히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통치하시는 나라는 이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파괴될 나라가 아니라, 영원히 존속할 나라입니다. 마태오에 따르면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영원한 하느님의 통치가 시작되는데, 동정녀에게서 아이가 탄생하게 된 사건은 이사야가 예언한 약속의 땅, 곧 하늘 나라가 드디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표징이었습니다.

2독서의 사도 바오로 역시 이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죽음과 부활은 이미 구약에서부터 예언되었던 것으로, 하느님께서 이 세상과 함께하고 계심을, 하늘 나라가 도래했음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일이었다는 것입니다(로마 1,2).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복음, 곧 하느님께서 밝혀주신 기쁜 소식이며,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이 복음을 선포하는 사도직의 은총을 받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모두는 바오로와 마찬가지로 복음을 선포하는 사도직의 은총을 받은 이들입니다. 거룩한 성도로 부르심을 받아 그리스도야말로 이사야가 예언하던 메시아이시며, 그분을 통해 하늘 나라가 시작되었음을 믿고 고백하며 선포하는 이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오로처럼 주님의 탄생, 죽음과 부활에 대한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대림시기를 맞아 특별히 세상 모든 이가 하나같이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왜냐하면 그날이 바로 우리가 기다리는 세상 마지막 날이기 때문입니다.

대림 마지막 주간을 지내면서 다시 한 번 주님의 날, 곧 하느님의 통치, 하늘 나라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기도합시다. 그리고 하늘 나라의 시작을 알리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잘 준비하도록 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6-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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