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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바리스타 3급 자격증에 소금과 빛을

[사유하는 커피] (41)소금과 빛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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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장



서른 살 청년 예수는 인간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기원후 27년경 갈릴래아 호숫가 언덕에서 남긴 ‘소금과 빛의 비유’에서 그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산상설교’로 전해지는 이 날의 말씀은 생각할수록 인간의 본성을 사유하게 한다. 십자가 죽음과 부활, 성령으로 표현되는 그리스도적 본질보다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더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마태오 복음서(5,13-16)가 마르코와 루카보다 기록이 상세한데, 문맥상 먼저 받게 되는 인상은 ‘도덕성(morality)’에 관한 무엇이다. 소금은 짜야 하고, 빛은 방안을 비춰야 하듯, 인간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바르게 수행해야 한다. 소금은 물처럼 밍밍해선 안 되고 빛은 숨어 있어선 안 된다. 앉을 수 없으면 의자가 아니고, 담을 수 없으면 그릇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소금다움, 빛다움, 인간다움, 곧 인간의 도리(道理)에 대한 말씀이다. 마태오가 전하는 대목은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에게 하는 말씀이다. 예수님를 따르고, 장차 복음을 전파해야 할 그들에게 주어진 도리란 무엇일까? 마태오 복음 5장 16절에 적힌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가 그에 대한 답이라 생각했다.

여기서 ‘착한 행실’이란, 소금이 자신은 녹아 사라지면서 세상을 부패하지 않도록 만드는 ‘희생’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선행’에 그치는 게 아니다. “빛을 비추어 가면서까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착한 행실”이란, 순교(Martyrdom)일 수도 있다. 제자들이 치러야 하는 고통과 역경을 암시하는 것이다.

성경의 이 대목은 제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성경 특유의 비유법 덕분에 ‘소금과 빛’은 인류가 사유해야 할 보편적인 메시지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는 은유적 표현은, 예컨대 “너희는 세상의 소금처럼 썩지 않는다”는 직유법보다 본질을 더욱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아울러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는 은유는, 어떻게 살아야 함을 새기게 하는 ‘실천적 도리’보다 훨씬 깊숙한 곳에 닿는다.

소금과 빛의 메시지는 마땅히 생활 속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커피라면 “카페인은 커피를 커피답게 하는 소금이요, 과일산은 고독한 쓴맛을 경쾌하게 승화시켜주는 빛이다”쯤이 되겠다. 하지만 이러한 언어의 유희보다는 커피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지켜야 하는 가치에 비춰보는 게 의미가 있다.

커피에 관한 지식과 기술, 태도를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익힌 전문가들에게 기쁨인 동시에 사명은 많은 사람을 커피 애호가의 길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개별적인 교육으로도 충분하지만, 바리스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학원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시쳇말로 돈벌이가 되니 고약한 상술이 판친다. 한 과정으로 취득할 수 있는 바리스타 교육을 일부러 3급 과정으로 나눠 사람들을 골탕먹이고 있다. 바리스타 3급 자격증은 시험도 안 보고 발급하고, 이것을 취득하면 2급 자격증 필기시험을 면제해준다. 이어서 바리스타 1급 자격증은 2급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응시할 수 있다. 바리스타 교육이 이렇게 타락해선 안 된다. 구직난이 심해지자 더 높은 등급을 갖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악용한 파렴치한 상술이다.

카페 현장에서는 바리스타 1급과 2급을 따지지 않는다. 바리스타가 국가자격증이 아니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기관들의 장난으로 악취가 풍기기 시작한 바리스타 교육시장에 소금과 빛이 간절하다.



박영순(바오로, 커피비평가협회장, 단국대 커피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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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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