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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63)나보고 어쩌라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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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가 되고 싶어 신학교에 입학한 마태오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본당 신부님이 자신을 너무 이기적이며 태도가 교만한 학생으로 본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본당 신부님은 자신의 성격과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사제가 되기 힘들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마태오는 내 모습이 원래 이런데, 그런 나를 어떻게 바꾸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너는 너무 자신만 생각한다” “좀 겸손한 태도를 보여라” “왜 그렇게 눈치가 없냐”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나? 그 눈초리가 맘에 안 든다”라는 말을 들으면 분노감정이 올라와 견디기 어려웠다. 차라리 “오늘은 밥값을 네가 내라” “기도를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으니, 차라리 성당에서 성무일도를 바쳐라” “앞으로는 눈을 마주치지 말고 말해라”라는 식으로 말해주면 더 편할 것 같다고 했다.

마태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마태오는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말을 주로 듣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평가와 판단은 주관적이다. 즉 평가와 판단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어떤 사실과 현상에 대한 주관적 견해다. 따라서 자신의 말과 행동이 마음에 안 들면 주관적으로 비판하지 말고, 차라리 객관적인 행동 지침을 말해 주는 것이 낳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마태오의 말대로라면 “버르장머리가 없구나!”라는 평가를 하지 말고, “나를 만나면 적어도 45도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해라!”라는 식으로 지시해 달라는 것이다.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마태오처럼 대인관계 감수성이 떨어진 사람들에게는 “이기적”이라든지, “눈치가 없다”는 판단의 말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태오는 자신을 위해 충고하고 싶다면, 비난하기보다는 차라리 지침을 말해달라는 하소연을 하였다.

신학생에게는 본당 신부님과의 관계가 무척 중요하기에 신부님과의 에피소드 하나만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최근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본당 제대회원들이 실수한 것이 마태오 눈에 들어왔다. 그날은 초를 두 개씩 제대 좌우로 세워야 하는 주일인데 그만 초를 세 개씩 세워 놓은 것이었다. 마태오는 주저 없이 제대로 올라가 제대회 자매에게 초를 두 개씩 다시 세팅해 놓으라고 말했다. 자매는 자기 실수를 인정하고 초를 다시 두 개씩 맞추어 제대를 꾸몄다. 여기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런데 며칠 후 본당 신부님이 마태오를 불러 야단을 쳤다. 앞으로 제대회원들에게 뭘 지시할 사항이 있으면 직접 말하지 말고 자신에게 먼저 알리라는 것이었다. 마태오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하는 일마다 야단을 치는 본당 신부가 점점 불편해졌다.

마태오는 이렇게 생각했다. “뭔가 문제가 생겨 잘못된 일이 있어도 사회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된 일이 아니면 그냥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자신의 일은 아니었지만, 제대회원이 잘못한 일을 지적해 주어 교정해 주었다면 일단 절차야 어떻듯 간에 그건 고마운 일이 아닐까? 그리고 급한 상황에서 꼭 절차를 잘 거쳐야만 하는 것일까?”

마태오는 이 사건의 핵심을 자신이 아무리 옳은 일을 한다더라도 일단 본당 신부를 통해서 일을 처리하지 못한 ‘절차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즉, 자신이 신부님으로부터 혼이 난 이유는 본당 신부님을 제쳐놓고 자신이 직접 문제를 해결한 일, 즉 절차를 무시한 행동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본당 신부가 마태오를 야단친 진정한 이유는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당 신부가 과연 마태오를 야단친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계속>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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