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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77)심리학은 과학인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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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과학인가?”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여기서 묻는 심리학이 어떤 심리학인지를 되물어야 한다. 만일 인간의 뇌와 신경계에서 인간의 의식 활동과 인지 과정의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이때의 심리학은 순수 혹은 기초심리학인 생물학적 심리학(cf. 인지심리학, 뇌신경심리학)을 의미하기에 자연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인간을 대상으로 심리정서적 안정, 인격적 성장, 삶의 행복과 의미를 발견하도록 도움을 주는 응용심리학(cf. 상담심리학, 임상심리학)은 엄밀한 의미의 자연과학이 아니기에 사회과학으로 분류된다. 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자리하는데, 어떤 이는 과학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과학이 아니라고 말한다.

따라서 “과학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이 “심리학은 과학인가?”라는 질문보다 선행될 수밖에 없다. 즉, 과학에 대한 조작적 정의가 필요하다. 과학을 엄밀한 관찰과 반복적 실험의 결과를 기술하는 학문으로 정의하면, 이는 자연과학을 의미한다. 하지만 자연과학과는 달리 사회과학은 실험보다는 현상에 대한 통계적 기술을 학문적 방법론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사회과학은 엄밀한 의미에서 자연과학은 아니다.

특히 사회과학에 해당하는 경제학이나 사회학과는 달리, 심리학 이론들은 통계적 방법론 이외에 내성적 방법론(직관과 통찰의 방법론)을 포함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상담심리학의 경우 정신분석을 포함하여 대상관계 정신역동 이론, 혹은 인간 중심적 상담이론 등은 과학적 근거를 기초로 형성된 이론이 아니다. 이러한 이론을 기초로 인간의 내적 성장과 치유를 다루는 상담심리학은 사회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현대에는 ‘심리학’이란 용어 앞에 다양한 학제를 표현하는 명사나 형용사가 붙으면서 다양한 응용심리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문화 상담심리학, 초월심리학, 긍정심리학, 종교심리학 혹은 영성심리학과 같은 다양한 학제 간 통합이 이뤄진다. 이들은 순수심리학 혹은 과학적심리학의 개념과는 달리 인간의 삶의 행복과 내면의 안녕 그리고 종교적이며 영성적인 성장을 다룬다. 이런 심리학의 영역은 엄밀한 의미에서 과학이 아니다. 인간을 생물심리사회적 존재로 보는 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을 생물심리사회-영적 존재로 보는 인간관에 기초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리학이란 인간의 생물학적 이해를 시작으로 영적이고 초월적인 차원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학문이기에 순수 자연과학을 포함하면서도 사회과학적이며 철학적인 영역을 다양하게 수용하는 다학제적이며 다차원적인 학문이다. 특히 상담심리학은 과학을 포함한 인문학까지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학문으로 결코 과학으로 한정되어 개념화될 수 없다.

현재 (사)한국심리학회에서 보건복지부와 수의계약을 맺고 추진하는 심리서비스법과 그 법의 근간이 되는 기초연구는 인간의 성장과 변화를 추구하는 상담심리학을 자연과학으로 착각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인간을 관찰과 실험의 대상으로 인식함으로써 학문적 편향을 드러내고 있다. 만일 (사)한국심리학회가 이런 학문적 부적절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비상식적인 심리서비스법을 추진한다면, 그 학문적 수준이나 뭔가 숨은 의도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건강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건강이란 단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및 영적으로 완전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심리상담은 한 개인이 지닌 신체적, 지성적, 정서적, 영적, 사회문화적, 환경적 차원을 전인적으로 고려한 통합적 접근으로 이루어지는 돌봄의 과정이다. 이런 면에서 심리학은 과학을 포함하지만, 과학에 한정되지 않는 ‘인간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의 사태로 심리정서적 안정과 함께 영적인 돌봄까지를 고려하는 통합적인 인간 이해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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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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