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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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자 수녀의 하느님의 자취 안에서] 1.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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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꽃이 한창인 요즘, 밤꽃 내음이 온 산에 가득하다. 코로나19는 아직 우리를 위협하고 있지만 그래도 봄은 왔고, 또 여름이 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적이었던 것들이 더는 일상적이지 않은, 오히려 아주 특별한 것들이 됐다. 그동안 무심코 행해왔던 것들에도 감사하는 자세를 찾게 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불편한 생활은 자연 생태계가 본래의 모습을 찾도록 함을 경험하게 했다. 코로나19로 활동을 자제했던 시간 동안 인류가 망가트려 온 자연 생태계가 알아볼 만큼 회복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환경에 적응한 탓일까, 우리는 어느새 이전의 편리한 생활 태도로 돌아가고, 원인을 찾는 것에 점점 둔감해지고 있는 듯해 보인다.

나는 2010년부터 강화도에 들어와 살고 있다. 얼마 전 드디어 우리 삶의 방식을 표현하는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이라는 나무 간판을 만들어 대문 앞에 고여 놓았다. 우리는 생태적으로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가는 수녀들의 공동체이다. 자연 농법으로 땅을 살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교육으로 나눈다. 처음 이곳에 들어와서 농사가 뭔지도 모를 때, 마을 어르신들께서는 나를 가엾이 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에, 젊은 수녀가 뭔 잘못을 해서 이렇게 땅을 파고 있댜?” 혀를 차며 하시는 이 말씀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한 3년이 지나고 나서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렇게 재미나게 사는 걸 보면 잘못해서 여기 온 건 아닌가 벼.”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냥 ‘이웃’이 되었다.

어르신들은 우리가 비료 없이, 농약 없이 농사짓는 것을 보시면서 “오래 못 갈 거여”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더욱더 자연 농업에 가깝게 가기 위해 미생물과 친해지고, 똥오줌을 사용하는 재래식 농업을 되살리려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내버린 농법을 하나하나 되살려내려고 애쓰자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에도 전환이 찾아왔다. 한 가지 예로, 우리는 배설물이 밭에 좋은 거름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오줌을 잘 모아 거름으로 쓰고 있다. 수세식 변기를 한 번 내릴 때마다 11ℓ 이상 물이 버려졌다는 사실과 연결하면, 이러한 노력은 자연스럽게 지구를 생각하는 행동이 된다. 우리는 또 곳곳에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를 붙여놓고 없음과 불편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불평하지 않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러한 없음과 불편함은 우리가 되찾아야 할 인간의 품위를 기억하게 한다. 우리 생활방식의 전환으로 생태계 공동체가 다시 회복되는 것을 보는 까닭이다. 곧, ‘잘 돌보고, 잘 다스리는’ 사명을 살아가는 사람인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에게 가르침이 되는 인디언들의 이야기가 있다.

한 노인이 그의 손자들에게 말했다. “내 안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있는데, 이들은 계속해서 싸우고 있단다. 한 마리는 두려움ㆍ화ㆍ시기심ㆍ분노ㆍ이기심을 나타내고, 다른 한 마리는 기쁨ㆍ평화ㆍ사랑ㆍ희망ㆍ공동선을 나타낸단다. 그런데 이 싸움은 모든 사람 안에서 일어나고 있단다.” 그러자 손자들이 물었다. “그러면 할아버지,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그러자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먹이를 주는 놈이란다.”

우리는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주고 있을까? 다만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사는 것이 공동선을 나타내는 늑대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그분이 희망인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나라가 ‘지금 여기’에 계속되도록 오늘도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의 삶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조경자(마리 가르멜, 노틀담수녀회)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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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7-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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