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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의 속죄 위해 목숨까지 바치다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12)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의 ‘전능하신 성모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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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일범 음악평론가



중세의 음유시인이자 기사로 영주 헤르만의 조카딸인 엘리자베트와 순결한 사랑의 서약을 한 탄호이저. 노래 경연 대회에서 비너스의 쾌락성에 다녀온 것을 밝히자 사람들의 실망과 지탄을 받게 되고 그는 죄의 사함을 받으러 순례자들과 함께 로마로 떠나게 된다. 시간이 지나고 엘리자베트는 탄호이저가 무사히 용서를 받고 돌아오기를 바라며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기도를 드린다. 이때 지난 호에서 소개했던 탄호이저의 가장 유명한 ‘순례자의 합창’이 들려온다.

로마에서 참회하고 죄를 용서받고 돌아오는 순례자들의 합창은 점점 커지지만 탄호이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낙심한 엘리자베트는 간절하게 기도를 올리는데 바로 이 기도가 엘리자베트의 기도(Elisabeths Gebet) ‘전능하신 성모(원문에는 성처녀라고 되어 있습니다)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Allmacht‘ge Jungfrau)’를 부른다. “저의 간구를 들으소서! 성모 마리아시여, 당신께 소리치옵니다! 나 흙이 되어 당신 앞에 돌아가게 하옵시고 나를 지상에서 거두어주소서! 나 순결한 천사처럼 당신의 복된 나라에 들어가도록 하소서! (중략) 사랑하는 탄호이저의 죄만 용서받을 수 있다면 제 생명을 가져가셔도 좋습니다”라고 호소한다.

기도가 끝나자 엘리자베트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선한 음유시인이자 기사 볼프람은 “함께 돌아가자”고 하지만 엘리자베트는 거절하고 홀로 먼 길을 떠나게 된다. 볼프람은 사랑하는 엘리자베트의 죽음을 예감하며 아름다운 저녁별을 향하여 “엘리자베트가 속세의 골짜기를 지날 때면, 하늘나라에서 천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밤이 깊어지자 남루한 차림의 탄호이저가 나타나 볼프람에게 “나는 돌아온 것이 아니야. 비너스의 성으로 가는 중이지”라는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탄호이저는 볼프람에게 로마 순례 중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난 그간의 잘못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로마로 떠난 길 위에서 많은 고통을 맛보았어. 다른 이들이 부드러운 흙을 밟으면서 걸어갈 때 난 맨발로 자갈과 가시밭 위를 걸었어. 드디어 로마에 도착했고, 교황님을 만나 진심으로 구원을 빌었지. 하지만 교황님은 베누스베르크(비너스의 성)를 경험한 자는 구원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어. 교황님의 지팡이에서 꽃이 피고 잎이 돋지 않는 한 난 구원 받을 수 없다고 했어.”

낙담한 탄호이저는 “이제 내게 남은 건 비너스의 쾌락뿐. 나는 베누스베르크로 갈 거야!”라고 외친다. 이때 관능의 비너스가 나타나 탄호이저를 유혹한다. 비너스에게 다가가는 탄호이저를 볼프람이 말리는데 그때 볼프람은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며 “엘리자베트!”를 외친다. 슬프게도 멀리서 엘리자베트의 장례 행렬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건한 처녀의 몸으로 영혼이 구제되었다!”는 남성 합창을 듣자 탄호이저는 정신을 차리게 되고 장례 행렬이 가까이 오자 볼프람은 탄호이저에게 “너는 구원되었다”라고 말한다. 비너스는 패배를 인정하고 사라져버린다. 관을 든 사람들은 “순결한 엘리자베트가 당신의 속죄를 위해 목숨을 바쳤기에 탄호이저 당신은 구원받았다”라고 합창한다.

자신이 직접 대본을 쓰고 작곡하며 연출까지 한 바그너가 오페라마다 즐겨 썼던 방탕한 남자 주인공을 구원하는 순결한 여성의 희생 테마가 탄호이저에서도 역시 등장한다. 탄호이저는 깊은 충격을 받고 “성스러운 엘리자베트여. 날 위해 기도해주오!”라고 외치며 그녀의 관 앞에 쓰러져 숨을 거둔다. 이때 로마에서 돌아온 순례자들이 꽃이 피고 잎이 돋은 교황의 지팡이를 들고 들어온다. 이 모습을 보고 모두들 주님의 기적을 찬양한다. 두 사람의 죽음을 앞에 놓고 주님의 자비로움을 대합창으로 찬미하는 가운데 오페라 ‘탄호이저’는 막을 내린다.





※QR코드를 스캔하시면 ‘탄호이저’의 ‘전능하신 성모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cedkV89_hE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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