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모든 존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위해 창조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의 인격 그리고 프란치스칸 영성] 52. 하느님 현존 의식과 주님의 영을 간직함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성 프란치스코는 창조계 안에 있는 모든 존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위해 창조되었다고 가르친다. 사진은 영화 ‘The Passion of Christ’ 중에서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시신을 안고 비통해 하시는 장면.


 11. 하느님 현존 의식과 주님의 영을 간직함 - 의식함과 자유

우리는 하느님의 숨이요 하느님의 성령, 즉 우리 안에 거하시는 하느님의 바로 그 생명으로 창조되었다. 교회의 교부들은 이 ‘모상’이라는 것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설명하였다. ‘하느님과의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능력’(성 바실리오), ‘사랑할 수 있는 능력’(니사의 성 그레고리오), ‘창조성’(테오도르), ‘성령 안에서 하느님의 신적 생명을 받아들이고 성화할 수 있는 능력’(알렉산드리아의 성 치릴로).

성 아우구스티노에 의하면 하느님의 모상은 ‘정신’(mens) 안에 거하시는데, 이것은 이성과 이해를 포용하는 복잡한 개념이자 의지와 지성이 하는 기억이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육체를 지니신 인간 존재였듯이 우리도 그렇게 만들어졌기에, 우리가 그분의 모상을 타고났다는 것은 말 그대로 우리 존재 전체가 그분과 같은 존재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창조와 육화에 대한 프란치스칸 신학이다.

이것을 프란치스코는 강조하였고, 보나벤투라가 명료하게 발전시켰으며, 특히 둔스 스코투스가 더욱 발전시켰다. 창조계 안에 있는 모든 존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위해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것에 앞서서 의도되었고 뜻하신 바였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형상이시며 만물에 앞서 태어나신 분이십니다. 그것은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 곧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왕권과 주권과 권세와 세력의 여러 천신들과 같은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모두 그분을 통해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콜로 1,15-20) 그래서 그분은 우리의 본보기이시고 모델이시다.

성 보나벤투라는 우리가 하느님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한 편으로 우리의 하느님 모상성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피조물은 그분의 지혜와 힘과 선을 나누어 받았지만, 특히 인간이 더욱 많이 부여받았다. 그래서 인간은 이런 것들을 알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는 은총의 선물에 참여하도록 초대받았다. 즉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생명의 더욱 충만한 상태를 살도록 초대받은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하느님의 거처에서 머물 수 있는 능력을 주셨고, 이것을 알고 기억할 수 있는 능력도 주셨다. 그래서 우리가 예수님과 더욱 많이 닮으면 닮을수록 더욱 하느님같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하느님의 생명이 우리 안에서 더 많이 의식되도록 하고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서 당신의 생명을 사시도록 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우리의 의식 속에 ‘아기 부처’를 품고 이 아기 부처를 탄생케 하는 묵상법에 대해서 말한다. 한 여인이 아기를 갖게 되면 그 아기로 인해 자신의 존재가 변화할 수 있듯이 우리가 ‘아기 부처’를 우리 안에 품고 살아가게 되면 우리 존재가 부처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부처를 품고 자신의 존재 형식을 바꾸어감으로써 우리가 세상에 부처를 낳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 프란치스코도 이와 똑같은 표현을 「신자들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에서 하고 있다. “우리가 신성한 사랑과 순수하고 진실한 양심을 지니고 우리의 마음과 몸에 그분을 모시고 다닐 때 우리는 어머니들입니다. 표양으로 다른 이들에게 빛을 비추어야 하는 거룩한 행위로써 우리는 그분을 낳습니다.”(「신자들에게 보낸 편지」 10절)

나는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가는가? 인간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사랑이신 분을 아기로 잉태하고 있는가? 아니면 비판과 저주, 그리고 미움과 시기를 아기로 잉태하고 있는가? 멜 깁슨 감독의 ‘The Passion of Christ’라는 영화는 주님의 십자가의 길 장면을 묘사하면서 이런 암시를 제대로 드러내 준다. 한쪽 편에서는 십자가의 길에 함께 하시며 사랑의 용기를 눈물로써 북돋아 주시는 성모님과 사랑 때문에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자녀 예수님을 보여주고 있고, 다른 한쪽 편에서는 흉한 모습의 아기를 안고 주님의 십자가의 길에서 주님 사랑의 의지를 꺾고자 하는 서슬 푸른 악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12. 성녀 클라라의 거울 영성? 하느님 현존 의식과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의 관점 

앞서 언급해 드렸듯이, 성녀 클라라는 「프라하의 아녜스에게 보낸 세 번째 편지」에서 믿는 이의 영혼이 하늘도 담을 수 없는 하느님을 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클라라의 봉쇄 개념은 어찌 보면 프란치스코의 하느님 거처로서의 ‘집’ 개념에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말하자면 클라라는 이를 통해 믿는 영혼, 즉 믿음으로 가득 찬 영혼은 사랑을 통해 그분의 거처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리아의 발자취, 즉 그분의 가난과 겸손을 따름으로써 이루어진다. 클라라는 인간의 본성을 파괴하는 원수는 교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겸손과 가난으로써 세상과 인간의 마음 안에 숨겨진 보물을 잘 간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동업자이고 그분 지체 안에 있는 이들 중에 약한 이들을 도와주도록 지향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그분의 집을 고치고 치유하는 데에 참여하는 것이다.( 「성녀 클라라의 세 번째 편지」 6-8 참조)

                                                                        호명환 신부(작은형제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8-0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4

2티모 1장 10절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죽음을 폐지하시고, 복음으로 생명을 환히 보여 주셨도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