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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탈시설화, 중증장애인 가족의 우려는?

정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로드맵’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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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2025년부터 본격적인 탈시설 지원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로드맵’을 의결했다. 2025년부터 본격적인 탈시설 지원사업을 추진해 매년 740여 명의 장애인을 지역사회에 정착시켜 2041년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계획에 환영의 뜻을 밝히는 단체도 있지만 장애인 시설과 이용자는 물론 교회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탈시설화 위한 정부의 지원안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로드맵’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장애인 거주시설 신규 설치는 금지되고, 현 거주시설은 자립지원 전담조직을 구성해 장애인 대상 자립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변경된다. 가평꽃동네와 충남 보령 성심원 등 200명 이상 대규모 시설은 정부의 거주 전환 조치를 우선 따라야 한다. 정부는 장애인들에게 주거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내년부터 시설 장애인을 대상으로 연 1회 자립 지원 의사를 조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설에서 바로 나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체험홈 등 중간단계 거주 공간에 머무르며 자립을 준비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공공임대주택 공급, 주거 유지 서비스 개발, 활동 보조 서비스 강화 방안도 마련했다. 독립된 주거 생활을 위해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공공임대주택을 지속해서 공급하고, 전체 통합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의 5 정도를 장애인에게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또 임대계약과 금전관리 등 주거유지서비스, 식사·영양 관리 바우처 등을 통해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장애인이 시설에 머무르길 원하면 반드시 회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하고 시설 거주 대상은 24시간 전문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으로 대상 기준을 강화하는 등 장애인의 시설 체류 규정도 까다롭게 했다. 또 시설 환경은 인원·설비 기준을 독립 생활공간 단위로 개선하도록 하는 등 시설 개선도 요구했다. 아울러 장애인 학대 등 범죄가 발생하면 시설은 즉시 폐쇄 조치하기로 했다. 장애인 시설의 탈시설화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됐다. 현재 1539개 장애인 거주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2만 9000여 명이며 평균 거주기간은 19년, 평균연령은 39세다. 이중 단기공동생활가정을 제외할 경우 탈시설 대상 시설은 628개, 대상자는 2만 5000여 명이다.

이밖에 장애인의 권리를 명확히 하고 국가 책임성 강화를 명시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에는 사회적 장애 개념을 도입해 장애인 복지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회적 장애란 장애의 원인을 개인의 손상과 사회 환경과의 부적절한 상호작용으로 보고 해결책으로 사회 환경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또 지역사회 자립생활 보장 등 장애인 기본권을 명문화하고, 장애영향평가를 통해 정부 주요 정책 수립단계에서 장애인차별 요소를 평가하고 시정할 계획이다.


▲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가 세종시 복지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모회 제공



장애인 탈시설을 바라보는 우려


가톨릭 장애인 시설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장애인 지역 사회 정착을 뒷받침할 충분한 재정이 있는지, 지역 사회가 장애인을 환영하고 그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정부의 현실성이 없는 정책을 지적했다. 이어 “집에서 모시는 게 좋다고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다 가정에서 모실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애인을 돌보는 데는 정말로 자기 자신을 내어놓고 돌볼 수 있는 사랑이 필요하다”며 “시설의 규모가 문제가 아니고 시설 종사자들이 장애인을 돌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얼마나 됐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거주시설에 사는 가족을 둔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도 보건복지부 앞 집회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철회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는 등 정부의 로드맵 발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탈시설은 결국 부모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장애인과 가족을 벼랑 끝으로 모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아 공동대표는 “탈시설 로드맵은 중증 발달장애인 가정에게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차라리 안락사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지적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을 위한 시설 ‘바다의 별’에 딸을 두고 있는 박정희(헬레나, 68)씨는 “제 딸 아이(정재영 데레사, 40)는 2005년 바다의 별에 입주해 16년째 그곳을 자기 집으로 알고 살고 있는데 탈시설 이야기가 나와서 너무 황당하다”며 “진짜 사형선고를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달장애인복지시설에 맡겨진 사람들은 지적 수준이 3~4세 정도에 불과해 지역사회에 나와서 혼자 살 수도 없고 24시간 돌봄, 평생 돌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시설화는 지체장애가 있는 분들이 십여 년째 주장하고 있지만,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탈시설을 원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장애인시설을 마치 인권탄압시설처럼 단정하고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고 따졌다.



충분한 검토 거쳐 실현해야

이번 로드맵 발표에 대해 그동안 탈시설을 주장했던 장애인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환영했다.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시설에서 나오면 가족들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탈시설을 반대하는 경우가 있지만 탈시설 정책은 부모가 없더라도 발달장애인이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발표한‘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로드맵’을 환영하며 후속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장애인사목위원회 전담 김길민 신부는 “정부의 생각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설에서 살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왔을 때 주간보호시설이라든지 기존에 있는 인프라로 다 수용할 수 있느냐?”며 “그게 안 된다면 가족들에게 모든 짐이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것은 이미 십자가를 지고 있는 가족들이 더 많은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그러면 가족들이 사회생활이나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고 결국 가정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정부 말대로 탈시설을 하려면 시범사업을 하고 연구도 하는 단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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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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