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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85)하는 일마다 안 되리라?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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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요한이 알고 싶은 것은 딱 한 가지였다. 자신에게는 왜 늘 불행이 따라다니느냐는 것이었다. “하는 일마다 망하고 뭘 해도 안 돼요. 신이 저주를 내렸던가 아니면 악령이나 못된 조상의 혼령이 저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머피의 법칙 아세요? 이젠 어떤 노력도 할 수가 없어요.”

머피의 법칙이란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되기 마련이다”라는 징크스를 말한다. 요한은 다른 사람보다 자신에게 이런 일이 더 많이 생긴다고 믿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과학자들은 머피의 법칙이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있는 것처럼 인지(판단)하기 때문으로 본다. 이것은 뇌가 어떤 사건을 기억할 때 시계열에 따라 고르게 기억하지 않고 선택적으로 기억(selective memory)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뇌는 생각한 대로 일이 잘 진행되면 정상에 해당하는 사건이기에 기억을 해둘 필요를 못 느낀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것은 스트레스 자극이기에 오래 기억한다. 예를 들어, 시간에 쫓겨 운전하게 되면 평상시보다 더 자주 빨간등에 걸리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결국 요한은 자신에게 특별히 불리한 사건을 더 많이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요한은 자신은 절대 그런 경우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아무리 긍정과 부정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확률적으로 계산해 보아도 늘 부정적인 결과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했다.

요한의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실제로 저주받은 사람처럼 부정적인 일만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둘째는 확률적으로 일어나는 부정적 체험을 자신이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경우이다. 마지막은 가치 중립적인 사건 혹은 심지어 긍정적인 면을 가진 사건인데도 요한이 항상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흔히 하는 일마다 잘못되고 자신의 인생은 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그 원인을 둘째와 셋째의 경우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하지만 요한은 자신이 첫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고 강하게 믿고 있었다. 이때 상담자가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면, 결국 요한은 첫 번째 경우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또 다른 사람을 찾아 헤맬 것이 뻔해 보였다. 일단 요한이 확신하는 첫 번째 가설의 경우를 사실로 인정하고 여기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새로운 대안을 찾아주는 것이 시급해 보였다.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첫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일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실제로 발생하고 있음을 강조한 학자가 있다는 것이다. 이그노벨상을 연속으로 3번 수상한 로버트 매튜스(Robert Matthews)는 자신의 책 「머피 법칙의 과학」에서 우주가 실제로 우리를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는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를 끌어당기듯이 부정적 사건을 더 강하게 끌어들여 체험한다는 것이었다.

요한은 자신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믿었다. 이런 주장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더라도 요한의 경우엔 적어도 사실이었던 것이다. 만일 실제로 그런 일이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요한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상담실을 찾아온 것이다. 이제 요한의 경험이 주관적 해석이 아니라 실제적 사건이라는 전제하에 요한을 심리 정서적인 도움과 함께 영성적인 충만함으로 이끌어야 할 과제가 생겼다. 요한이 무한한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자신이 사랑받고 보호받고 있음을 체험하기 위해서 어떤 이해가 필요할까? 요한은 하느님이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면서 조용히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하는 일마다 잘 되리라(시편 1,3)”는 믿음이 필요해 보였다. <계속>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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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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