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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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86)하는 일마다 안 되리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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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요한의 체험을 설명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는 요한이 스스로 믿는 것처럼 실제로 실수나 실패의 경험이 남보다 자주 발생하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실패나 성공의 경험은 확률적으로 발생하지만 개인이 스스로 실패의 경험을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경우다. 마지막 세 번째는 어떤 사건을 항상 부정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성이었다.

첫 번째 가설에 대한 설명은 잠시 미루고 두 번째와 세 번째 가설을 살펴보자. 이 두 가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어떤 사람이 세 번째 심리적 특성이 있다면, 이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두 번째 경험을 하게 된다. 세 번째 요인은 분석과 판단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에서 의지적인 방식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이 충분히 의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습성이 오래 지속되면 뇌는 실패와 부정적인 경험만을 선택적으로 기억한다. 그 결과 부정적 사건은 그 빈도와 강도가 더 높아지는 체험이 된다. 자신에게는 안 좋은 일들만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요한은 먼저 세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심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것은 자극에 대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정서적 반응성향으로서의 기질(temperament)일 수도 있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생겨나는 후천적인 심리적 경향성인 성격(character)에 해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현상은 대부분 기질과 성격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한다.

심리검사에서 요한은 선천적으로 위험하거나 혐오스러운 자극에 대해 행동이 위축되는 유전적 경향성이 있었다. 불리한 유전적 경향성이 있어도 양육환경에서 긍정적인 지지와 격려, 무조건적인 존중을 받게 되면 기질의 부정성은 다소 완화된다. 안타깝게도 요한은 결손가정에서 태어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충분한 정서적 돌봄이 결핍된 상태였다. 이렇게 의식적으로 세상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뇌는 곧바로 부정적 사건만을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무의식적 과정을 시작한다. 그 결과 부정적 해석이 실제로 부정적 사건으로 둔갑하는 일이 발생한다.

자신이 행한 과거의 실수를 반복적으로 되뇌면서(생각), 후회와 좌절을 느끼고(감정), 그때마다 자책하는(행동) 사람이 있다고 하자. 반복적으로 경험되는 이 부정적 정보는 점차 해마 속에 장기기억으로 저장되고, 배측선조체는 이 정보와 상응하는 생각, 감정, 그리고 행동을 습관적으로 반복하려는 경향성을 띤다. 이처럼 배측선조체가 부정적 정보를 습관적으로 활성화시키면 이성과 논리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은 정상적인 기능을 점차 상실한다. 그 결과 일상의 사건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이성적 능력이 줄어들고 변연계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시키는 부정적 정보에 맞춰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하거나 그 정보에 맞는 경험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생긴다.

이처럼 뇌는 반복된 정보를 받게 되면 변연계에 속하는 배측선조체와 측좌핵이 그 정보를 습관처럼 반복재생하려는 움직임을 일으킨다. 특히 그 정보가 감정을 동반하는 경우, 변연계 속 해마는 이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저장하여 반복재생이 가능하도록 준비한다. 우리의 뇌가 특정 정보를 장기적으로 기억하고 습관적으로 재생하게 되면, 일상의 경험은 그 정보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경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모든 인간의 경험은 객관적인 외적 사실이 주관적인 내적 해석을 통해 재구성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요한은 그러나 자신이 첫 번째 가설에 해당한다고 스스로 믿고 있었다. 즉 자신의 불행한 사건은 해석이나 기억이 아니라 실제적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제 이 두 번째와 세 번째 가설이 어떻게 첫 번째 가설과 연결되는지를 확인할 수만 있다면 요한은 결국 하느님이나 자신의 운명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할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계속>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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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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