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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계신가요?

[미카엘의 순례일기] (33)유다인의 히브리력과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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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다인들이 새해를 맞아 예루살렘 서쪽 벽에 모여 기도하고 있다.



한 해를 맞이하는 새해의 첫날은 누구에게나 의미가 깊습니다. 하지만 그 날짜는 지역이나 민족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지금은 약속된 태양력을 따라 모두 1월 1일을 한해의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우리가 설을 쇠듯이 제각기 다른 월력을 따라 새해를 지내는 민족도 많습니다. 유다인의 절기에 따르면 이번 주가 한 해의 끝자락이라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유다인들에게는 히브리력으로 일곱 번째 달(티슈레 달)의 첫날, 즉 7월 1일이 바로 새해의 첫날인데, 2021년에는 9월 6일이 바로 그 날입니다. 유다력으로는 5782년이 됩니다. 특별한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다교의 전통에서는 하루의 시작이 해 질 녘이기 때문에 해가 진 직후부터 다음 날 해가 지기 전까지가 하루입니다. 또한, 이들은 새해의 첫날을 이틀 동안 기념하는데, 올해의 경우 9월 6일 저녁부터 9월 8일 해가 질 때까지입니다. 이 명절을 로쉬 하샤나(Rosh Hashanah)라고 부릅니다. 히브리어로 ‘새로운 한 해의 머리’라는 뜻입니다. 유다인들은 새해 첫날을 맞아 ‘샤나 토바(L’shanah tovah)’라고 인사하며, 구약성경에 명시된 대로 ‘쇼파르(Shofar)’라는 나팔을 붑니다. 그래서 이날을 ‘나팔절’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이렇게 일러라. ‘일곱째 달, 그달 초하룻날은 너희에게 안식의 날이다. 나팔을 불어 기념일임을 알리고 거룩한 모임을 열어야 한다. 너희는 생업으로 하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주님을 위한 화제물을 바쳐야 한다.’” (레위 23,24-25)

구약성경에서 자주 등장하는 ‘뿔나팔’이 바로 ‘양각(양의 뿔)’이라 불리는 쇼파르입니다. 쇠나 은 등 금속을 이용해 만든 나팔도 사용되었지만(민수 10,2 ; 2역대 15,14 등), 새해 첫날에는 양의 뿔로 만든 나팔을 사용해야 합니다. 한번, 세 번, 아홉 번으로 나누어 100번 혹은 101번 불면서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권능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지난해의 잘못을 회개하는 의미에서 호숫가나 강가를 걸으며 주머니를 털어내고 종이나 조약돌을 물에 던집니다. 선악과를 상징하기도 하는 사과에 꿀을 찍어 먹으며 새로운 한해에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하고, 꼬리가 아니라 우두머리가 되라는 뜻에서 생선 머리 요리를 먹습니다.

그러나 이날은 ‘하느님의 심판’과 관련된 의미가 가장 중요합니다. 유다인의 전통에 따르면 이 새해의 첫날 하느님께서는 악한 자, 의로운 자, 중간에 속한 자들에 대한 세 권의 책을 열어 심판하십니다. 의인은 즉시 생명책으로 옮겨져 ‘영원히 살도록’ 기록되고, 악인은 영원히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합니다. 중간에 속한 사람들은 로쉬 하샤나로부터 10일의 유예 기간 동안 회개를 통하여 의로운 책에 기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나팔절에 본격적으로 구제와 선행을 많이 하기도 합니다. 열흘의 마지막 날인 ‘욤키푸르’라고 불리는 대속죄일에 모든 유다인들은 25시간 동안 절대 금식하며 하느님의 은총을 바랍니다. (25시간 금식하는 이유는, 혹시나 1초라도 시간을 잘못 계산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전후 30분을 더 추가하는 것입니다.)

이 절기는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에서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로쉬 하샤나부터 욤키푸르까지의 열흘을 포함하여 2주 정도는 해외에 사는 유다인들이 이스라엘로 가장 많이 귀국하는 기간이어서 호텔이나 식당이 매우 비쌀 뿐 아니라 구하기도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이 기간에 순례를 가야 했던 순례팀의 지도 신부님께서 해주신 강론이 기억납니다.

“이곳에 와서 직접 체험하니, 수천 년을 이어온 전통과 믿음을 지금 이 시대에 변치 않고 지켜나가는 유다인들의 충성심이 무섭기도 하고 놀랍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역시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선택받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구약에 매여있는 민족이 아니라, 새로운 계약인 신약의 사람들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은 두렵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아들을 내어주실 만큼 우리 각자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들의 새해 명절을 보고 있으면, 우리는 유다인보다 더 철저히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처럼 문자적인 율법을 지키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더 나은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주님을 부르며 성경에 쓰인 글자 그대로만 사는 사람이 아니라, 그분의 뜻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김원창(미카엘, 가톨릭 성지순례 전문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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