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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87)하는 일마다 안 되리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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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의 말처럼 머피의 법칙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현상은 실제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뇌가 그렇게 인지하기 때문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해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라마찬드란 박사는 이런 현상을 뇌의 잘못된 해석으로 간주한다. 그에 의하면 수많은 생명체 중에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종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인간은 시신경만 뿐만 아니라 뇌로도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실재하지 않는 대상이지만 뇌가 실재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나에게는 허상이 아니라 실제가 된다.

이런 현상은 시각뿐 아니라 인간의 오감(五感)에도 적용된다. 팔다리가 잘린 환자가 손과 발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실재하지 않는 감각이지만 뇌가 그렇게 해석한 결과다. 인간의 뇌는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받으면 의식적 혹은 의지적으로 통제할 수 없었던 정신적 영역 혹은 신체적 영역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의식적 습관(세 번째 가설)은 결국 부정적 현실이 실제로 체험되는 무의식적 해석(첫 번째 가설)으로 연결된다. 결국, 불행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일은 모든 사건을 불행한 사건으로 인지하는 뇌의 무의식적 해석일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 가설인 의식적 해석과 첫 번째 가설인 무의식적 해석에는 차이가 있다. 세 번째 가설의 경우,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은 의식적이기에 곧바로 다른 방식의 해석으로 의식적 전환이 가능하다. 상담자가 그 사건을 꼭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게 되면,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첫 번째 가설의 경우는 뇌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에 결코 자신의 느낌을 의심할 수 없다. 환상 통증은 뇌가 만들어 낸 통증이다. 제삼자의 관점에서는 사실이 아니겠지만, 적어도 환자에게는 실재하는 고통이다. 마찬가지로 요한이 체험한 사건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볼 때 모두 가치 중립적이거나 혹은 긍정과 부정의 모든 해석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한에게는 불행한 사건 외에 다른 해석이 가능하지 않았다.

요한의 뇌에서는 반복된 마음속 정보를 현실 안에서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하고 있었다. 요한은 스스로 자신은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 결과 반복된 자기암시가 변연계의 선조체와 측좌핵을 자극하여 자기 생각을 현실에서 확인하도록 만들었다. 특정 정보가 반복되어 선조체와 측좌핵이 강화되면 그 결과 뇌는 모든 현실을 그 정보에 맞추어 해석하게 된다. 요한은 결국 어떤 사건을 체험해도 불행한 사건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뇌의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

흔히 말하는 ‘끌어당김의 법칙(law of attraction)’은 바로 이런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신념은 결국 마음의 자신감이나 확신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그 신념에 따른 일을 뇌 안에서 끌어당긴다. 요한이 부정적 체험을 생각할 때마다 부정적 일은 실제로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우울한 노래를 많이 부른 가수가 인생도 우울해지는 체험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실재라는 생각보다는 뇌의 해석으로 생각할 때 우리는 이러한 뇌의 해석으로부터 점차 벗어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요한은 자신의 습관적 생각을 재구성하는 훈련을 받게 되었고, 자신의 긍정적 모습을 소리 내어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자기암시를 반복하였다. 또한, 하느님께서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상상을 지속해서 반복하였다. 반복된 인지재구성 훈련과 긍정적 자기암시, 그리고 하느님 사랑에 대한 심상 훈련은 부정적 해석에 길든 뇌에 또 다른 역동을 불러일으켰다. 요한은 이렇게 성령의 도우심으로 스스로 변화하는 자신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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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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