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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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90)선택할 수 없는 상황, 선택할 수 있는 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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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믿지 않거나 영적인 교감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우연으로 치부한다. 이들에게 행운과 불행은 그야말로 확률적 사건일 뿐이다. 하지만 신앙인이나 영적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매사를 다른 관점으로 인식한다. 이들은 자신의 일상에서 신의 섭리를 찾거나 삶의 의미 혹은 지혜를 추구한다.

이 사고가 자연적 사건으로 이해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 사건 안에 어떤 영적인 메시지나 의미가 담겨있는 인격적인 사건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 사건을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하느님께서 개입한 인격적 사건으로 느껴지면서 감사의 마음을 기도로 바칠 수 있었다. “우리 하느님은 자비를 베푸시는 분, 가엾은 나를 구해주셨네. 정녕 당신께서는 제 목숨을 죽음에서, 제 눈을 눈물에서, 제 발을 넘어짐에서 구하셨네.”(시편 116, 5. 8)

하지만 의식보다 더 깊은 무의식 안에서는 “일상 중 불행”이라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다. 일어나지 않아도 될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생각이 들자마자 감사한 마음은 다시 불만과 불평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의식적으로는 하느님께서 개입한 인격적 사건이라는 생각에 감사의 마음이 올라왔지만, 무의식적으로는 나를 위협하는 존재가 개입된 인격적 사건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평소 악령이나 마귀의 세력이 나를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다”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나는 악령이나 사탄의 존재를 절대 부정하지 않는다. 개인적 체험도 있을 뿐 아니라 선배 신부님들의 체험담과 수많은 역사적 기록들은 정확히 악령의 실체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제로 살아가면서 악령의 세력이 나를 해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느님께서 불러 세우신 사제라는 신원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스갯소리지만, 신부(神父)는 말 그대로 “귀신의 아버지”인데 누가 누굴 두려워한단 말인가?

이쯤 생각을 하게 되니, 결국 나의 부정적 감정은 근래에 나의 영혼과 심리상태가 불안정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졌고 나를 찾는 사람들에게 쫓겨 다니기 일쑤였다. 종종 “내가 잘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내 안에서 문득 튀어나올 때면, “아! 잠시 멈추고 머무는 시간이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 잘못 살고 있다는 반성을 하기도 했다.

스스로 자신의 삶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즈음, 이 사건이 터졌다. 게다가 돌이 날아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그 누군가가 나를 향해 돌을 던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돌이 2시 방향에서 사선으로 날아들었으니 말이다. 그 누군가는 나에게 이제 그만 좀 일하고 영원히 쉬라는 말을 던지는 것 같았다.

낙석사건은 자연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나는 의식적으로 이 사건을 하느님의 도움이 개입된 인격적 사건으로 해석했다. 그 결과 감사의 마음이 올라왔다. 하지만 나의 무의식은 낙석사건 자체를 악한 세력이 개입된 인격적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그 결과 불쾌한 감정이 올라왔다.

우리는 상황을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상황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감정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가 자신의 생각을 다스릴 수만 있다면 사도 바오로의 다음과 같은 말씀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데살 5,16-18)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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