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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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게 배워야 할 지혜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1) 숲, 다양해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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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원섭 교수

 

 


어느 계절이고 숲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지만, 이맘때의 숲은 정말 황홀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만큼 경이롭고 신비롭다. 봄기운이 시작할 무렵 산수유와 생강나무의 노란 꽃들이 얼굴을 내밀면서 숲은 본격적인 활력을 찾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나는 온 시간과 열정, 그리고 집중으로 숲을 느낀다.

숲이란 한 음절의 단어는 우리에게 많은 의미와 감정을 준다. 듣기만 해도 포근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숲’이란 말을 들었을 때 처음 생각나는 느낌이나 단어를 찾아보면 ‘신/창조주’, ‘고향’, ‘어머니’, ‘모태’, ‘순수’와 같이 긍정적인 표현이 많다. 물론 가끔은 ‘어두움’, ‘공포’ 등과 같은 의미로도 표현되지만 말이다. 왜 우리는 숲을 이렇게 동경하며, 숲에 대한 긍정 감정을 지니며, 또 실제로 숲에서 위안을 얻을까? 이에 대한 답은 우리 인간 역사와 숲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조상은 약 700만 년 전쯤부터 사바나라고 하는 숲에서 살아오다 기껏해야 약 1만 년에서 5000년 전쯤에 숲으로부터 나와 사회를 형성하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의 거의 모든 역사는 숲과 함께한 역사이고,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숲을 고향으로 의지하는 유전 설계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 생활에서 지친 우리가 숲을 더 의존하고 갈망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지나 5월에 들어서면 연록의 숲은 점점 짙어지기 시작하고 숲 속의 나무와 풀들은 형형색색의 꽃을 피워 아름다움을 뽐낸다. 남쪽부터 꽃이 피기 시작한 진달래는 이미 자신의 공연을 마쳤고, 산벚나무, 철쭉, 산딸, 돌배나무와 같은 꽃들이 줄줄이 피기 시작한다. 아마 좀 지나면 우리에게 늘 익숙했던 아까시나무도 꽃을 피워 그 특유의 향기를 숲에 채울 것이다. 새들의 노랫소리도 이때만큼 흥겨울 수 없다. 봄은 짝을 찾는 계절이어서 숲의 새들은 노랫소리로 자신의 능력을 한껏 과시한다. 내가 이만큼 멋지고 능력이 있으니 나와 짝을 맺자는 청혼이다. 어떤 녀석은 이것만으로 안되니까 공중에서 온갖 장기를 부린다.

숲에는 나무와 풀만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야생동물, 새, 곤충, 버섯들도 숲의 당당한 주인들이다. 거기에 우리 눈엔 보이지 않지만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미생물도 존재한다. 이들 역시 숲에서 제 할 일을 하면서 생태계를 유지시킨다. 생태계를 뜻하는 ‘ecology’의 ‘eco’는 그리스어원으로 ‘가족/가계’라고 한다. 숲의 모든 것들이 가족의 구성원과 같이 서로 제 역할을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생태계란 의미이다.

숲은 그 구성원이 갖는 저마다의 기질을 제대로 살려가며 조화를 이루고 그럼으로써 아름다움을 구현해낸다. 우리가 숲으로부터 배워야 할 지혜이다. 주류에 합류하기를 강요하고, 일등을 강요하고, 하나됨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와 다르게 숲은 묵묵히 모든 구성원에게 저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생강나무 같은 것은 아직도 추운데 잎도 나기 전에 꽃을 피우는 성급함을 보여주고, 또 대추나 자귀나무처럼 모두가 잎을 피워 푸른데도 꿈쩍 않고 잠자는 나무도 있다. 하느님께서 주신 기질과 탈렌트를 발휘할 수 있도록 인정해주고 누구나 귀함을 받는 세상을 숲을 통해 꿈꾸어 본다.





신원섭 (충북대학교 산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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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5-1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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