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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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의 시대, 최소한의 사랑인 ‘정의 실천’할 때

[무너져가는 집을 복구하여라!] 24. 사회 공동체 재건을 위하여 -- ③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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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평등과 차별이 구조화된 시대에 인간의 존엄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사랑으로 응답하려는 책임이 필요하다. ‘최후의 만찬과 오병이어’, 라베나 성 아폴리네르 누오보 성당 내부 모자이크, 이탈리아.



위기에 처한 사회 공동체를 재건하려면 이웃사랑의 실천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소속감을 주고 유대감을 형성해야 한다. 더불어 인간관계에서의 ‘올바름’과 ‘공정함’을 지향하는 ‘정의 실천’이 필요하다. ‘정의 실천’의 덕목은 비단 오늘날의 핵심 이슈만은 아니다. 이것은 인류가 공동체를 이루기 시작한 때부터 바람직한 사회공동체 유지를 위해 요청되는 필수 요소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고대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알려진 ‘동태 복수법’은 과잉보복을 금지하여, 공동체의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다. 즉 사람이 함께 모여 살아갈 때, ‘법적인 정의’가 필수적이다. 또한 물건을 사고팔 때, 등가의 원리로 거래되는 ‘교환 정의’는 경제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회의 권력이나 명예, 재화의 배분에서 각자에게 주어지는 공정한 몫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관한 ‘분배 정의’는 불공정으로 인해 생겨나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불평과 불만, 억울함을 해소하고 공동체의 평화를 이루는 초석이다. 국가적 세계적 차원에서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구조적인 불평등과 불의에 대한 해결책의 모색은 ‘사회 정의’와 관련되어 있다.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 인정하고 보장

법적 정의, 교환 정의, 분배 정의, 사회 정의, 이 네 가지 형태의 ‘정의 실천’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기본적인 토대가 있다. 그것은 상대방의 기본권에 대한 존중과 보장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회칙 「진리안의 사랑」에서 ‘정의’에 대한 핵심 원리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정의는 남에게 ‘그의 것’, 곧 그의 존재와 행위를 근거로 그가 받아 마땅한 것을 그에게 주는 것입니다. 정의에 따라, 남에게 속한 것을 먼저 그에게 주지 않는다면, ‘나의 것’을 남에게 줄 수 없습니다.”(6항)

‘그에게 속한 것’을 그에게 주는 것은 마땅히 누려야 할 상대방의 기본권을 인정하고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교황은 정의의 핵심 원리가 ‘인권’임을 드러내셨다. 예를 들어서 가난한 사람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주어져야 하고, 학생들은 배울 권리가 존중되어야 하고, 병들거나 자신의 삶을 혼자서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의료서비스를 받고 보호받을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 또 농부들에게는 자기 땅에서 농사지을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이러한 인간의 기본권은 능력에 따라 주어지거나 혹은 노력이나 공로,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인간이기에 그 존엄성과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무상으로 주어지는 권리이다.

하지만 각자 보장받아야 할 이 권리를 누군가가 보호해주거나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이 천부적인 기본권은 의미 없는 공염불이 된다. 따라서 정의는 인간적인 상호 협약을 뛰어넘어 서로 보장하고 존중해야 할 사랑에 근거한 ‘책임’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말씀대로 정의는 사랑의 ‘최소한의 척도’이며 사랑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예수님께서도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마태 14,13-21)을 일으키실 때, 당신 제자들에게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사랑인 ‘정의 실천’을 촉구하셨다. 제자들은 예수님께 날이 저물어 저녁때가 되었으니 “군중들이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사게 하자”(마태 14,15)고 제안한다. 이때,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하시며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태 14,16)라고 말씀하신다. 이것은 수수방관하는 제자들의 태도에 일침을 가하면서 제자들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사랑에 근거한 책임, 즉 ‘정의 실천’을 촉구하신 것이다. 이때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부랴부랴 해결책을 찾아 나서고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빵 다섯 개를 가진 한 아이를 예수님 앞에 데려온다. 이때, 예수님께서는 ‘오병이어’라는 사랑의 ‘최소한의 척도’에 응답하여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일으키신다.



전 세계가 전쟁 광기와 사회 갈등으로 몸살

오늘날 우리 사회는 불평등과 차별이 구조화된 불공정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성경에서 언급하는 호화롭게 사는 부자와 그 집 문간에서 구걸하는 라자로의 관계(루카 16,19-31)가 더 구조적으로 그리고 세계적인 차원으로 반복되고 확대 재생산되어 가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정의의 열매로 얻게 되는 평화가 멀어져가고 전 세계가 전쟁의 광기와 사회적인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인간 존엄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소한의 사랑으로 응답하려는 책임이 필요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에서는 바실리우스 교부의 말씀을 인용하여 정의 실천을 위한 우리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그대가 숨겨 둔 그 빵은 굶주린 이들이 먹어야 할 빵이며, 그대의 옷장에 처박아 놓은 옷은 헐벗은 사람들이 입어야 할 옷입니다.(중략) 그리고 그대의 금고에 숨겨 둔 돈은 가난한 사람들이 먹고 살아야 할 돈입니다. 따라서 그렇게 많이 도와줄 수 있는데도 도와주지 않는 것은 그대가 그만큼 그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 것입니다.”(69항) 다른 사람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천부적인 권리를 보호해주고 존중하려는 최소한의 사랑인 정의를 실천할 때, 주님의 평화가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에서도 충만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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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5-1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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