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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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어머니와 함께 걷는 생명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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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이 축일은 교회 역사상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공경하는 전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림입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지상 생활을 마치시고, 육신과 영혼은 하늘에 올림을 받으십니다.

비오 12세 교황은 회칙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1950.11.1.)을 통해 ‘성모님의 승천’을 믿을 교의로 선포하십니다. 천상 모후의 관을 쓰신 어머니는 저희가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은 삶을 살도록 협력하시는 ‘교회의 전형’이십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을 믿고 고백하는 우리는 성모님과 함께 걸으며 하느님께 나아갑니다.


복음사가요 신학자인 요한 사도의 묵시록(제1독서)은 “신약은 구약에 숨어 있고 구약은 신약 안에서 의미를 드러냅니다.”(계시 헌장 16항)라고 밝힙니다. 천상 성전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계약 궤’와 큰 표징들이 예형으로 등장합니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은 모든 민족을 다스릴 아들을 낳습니다.

이 여인은 영육 간의 수고 외에도 악(용)의 세력의 도전을 받으며 극심한 고통을 겪습니다. 그러나 하늘에서 큰 목소리가 찬송하듯 들립니다. “이제 우리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와 그분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다.”(묵시 12,10)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께서 부활의 원천(제2독서)이심을 단언합니다. 아담의 원죄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의 ‘맏물’이 되신 분은 그리스도이십니다. 포도나무 가지가 나무에 붙어 수액을 받아 많은 열매를 맺듯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선물을 받은 우리는 성삼위와 친교를 이루어 영원한 생명의 유산을 받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재림하실 때 모든 나라와 권능과 영광을 하느님께 넘겨 드립니다. 인간이 마지막으로 물리쳐야 할 원수는 죽음입니다. 우리는 자녀다운 기도인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을 바치며 죄의 용서와 영원한 생명을 소망합니다.

오늘 복음(루카 1,39-56)은 동정 성모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을 전합니다. 유다 산악 지방에 아인카렘(예루살렘 서쪽 6㎞)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요한이 태어나 살던 이 마을 안에는 성 요한 세례자 성당이 있고, 마을 밖에는 마리아 방문 성당이 있습니다. 두 성당을 잇는 길에는 마을 이름을 딴 ‘포도원의 샘’이 있습니다.

아인카렘에서 두 분의 만남은 구약 시대가 저물고 신약 시대가 열리는 세상입니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에게 인사를 할 때, 성령이 충만한 엘리사벳의 태 안에 아기가 즐겁게 뛰어놉니다. ‘주님의 어머니’가 오심을 알아본 엘리사벳은 경탄하며 하례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는 찬미가를 부르듯 ‘마리아의 노래’(Magnificat, 루카 1,46~55)로 화답합니다. ‘마니피캇’은 이 노래를 라틴어로 번역한 첫째 단어입니다. 성모님과 인간 역사에 큰일을 하신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감사 노래입니다.

노래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첫 부분(46~49절)은 만세가 행복하다 할 정도로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비천한 마리아에게 베푸신 큰일을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다음(50~53절)은 거룩하신 하느님의 자비는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교만과 부와 권세를 누리는 자들은 내치시고, 비천하고 가난한 이들은 돌보십니다. 마지막(54~55절)은 주님의 자비는 이스라엘은 물론 인류 역사에서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영원히 미칩니다.

원죄 없고 티 없이 깨끗하신 동정녀는 하느님의 말씀에 겸손히 순종(fiat)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참여합니다. 엘리사벳을 방문했을 때 ‘주님의 어머니’가 되게 해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면서 나이 든 친척 엘리사벳에게 석 달가량 봉사합니다. 예수님의 강생, 유년 시절, 공생활, 부활의 산증인인 마리아는 주님의 승천 이후 오순절을 기다리며 다락방에서 공동체와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세기 초부터 오늘까지 교회는 자녀다운 효성으로 신앙과 사랑의 모범이신 성모 마리아를 공경합니다. 초대교회는 마리아 생애와 관련된 장소를 순례하고, 카타콤(지하무덤)에 가서 마리아상을 봅니다. 동방교회는 축제 행사 때 찬미가를 부르고, 대관식과 행렬을 가집니다.

교회의 전승이나 관습을 보면 성모님 승천축일에 행렬, 촛불 봉헌, 화관 증정 외에도 ‘약초축성’과 포도 맏물 봉헌 등으로 공경합니다. 교회는 ‘병자의 치유’이신 성모님께 인류를 위해 코로나19 극복을 청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중재기도에 함께합니다.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이시고, 성모님은 ‘교회의 어머니’십니다. ‘천주의 성모님’을 공경하는 우리는 성모 호칭기도로 주님의 자비와 용서를 구하고, 세상의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전구를 청합니다. 침묵의 묵주기도를 바치며 주님 말씀을 묵상하고, 사랑의 삶으로 복음의 빛을 세상에 전하게 하소서. 아멘.


김창선(요한 세례자) 가톨릭영성독서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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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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