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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선교사제의 자세

남승원 신부(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지원사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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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OO교구 OOO 신부입니다.”

지원사제 프로그램에 지원한 신부님들은 본인을 소개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그때마다 제 마음속에 으레 이런 생각이 듭니다. ‘현재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척하는 건지….’ 저라면 선교사제로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지원사제 OOO 신부이고 본래는 OO교구 신부입니다”라고 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2003년 남미 페루의 수도 리마의 한 식당에서 선교사제의 꿈을 품고 한국에서 온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저는 103위 순교성인들의 순교 영성을 남미에 심고자 왔습니다”라며 열정적으로 이야기하셨습니다. 저는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루 잉카인들이 스페인 군대와 자본 그리고 종교를 앞세운 스페인 식민지시기에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아왔는지, 그래서 지금도 대다수가 가난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순교의 삶이라는 표현을 그렇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지는 못할 텐데….’

물론 저는 그분이 가지고 있는 103위 성인의 순교 영성을 왜곡할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선교지로 오는 곳에 과거 무슨 일이 있었고 그래서 지금은 어떤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할 때 생기는 위험성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원사제 프로그램은 한 지역교회가 다른 지역교회를 일방적으로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속한 교구나 수도회에서 사제로 살아오던 중 알게 모르게 자신의 생각이나 말투, 행동에 자리 잡은 것들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다른 지역교회의 교구 사제와 수도회 사제, 신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서로의 경험과 삶과 신앙 체험을 교환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것이 영적인 교환이든 지식이나 이성의 교환이든 이러한 교환을 통해서 자기가 속한 지역교회에 다시 돌아왔을 때 이미 변화되고 성숙한 자기 내면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비록 그 성숙함 안에 아픔과 상처가 있을지라도 말입니다.

사제는 아픈 만큼 성숙해집니다. 아프지 않으면 비만하게 되고 또 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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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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