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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남승원 신부(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지원사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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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에서 연예인 세 명이 페루 관광을 다녀오는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페루, 나스카, 마추픽추에 관해 관심을 보이는 신자분이 많아졌습니다. 제 호칭이 어느새 ‘페루 신부님’이 되어버렸을 정도입니다.

1999년 첫 선교 실습 과정으로 페루에 갔을 때 그 지역에서 한국인은 저 혼자였습니다. 누군가가 동행하지 않으면 사제관을 나가기 쉽지 않았습니다.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처럼 모든 마을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았고 어느새 제 발걸음은 계속 빨라져서 사제관에 들어와서야 안도의 숨을 쉬곤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사제관 앞에 무턱대고 앉아 있어 보았습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올라!”(‘안녕’의 스페인어)라고 인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느새 일상적으로 사람들과 얘기하며 함께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한참을 공소자매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신부님, 참 페루 사람처럼 얘기하시네요”하는 그 자매님의 말을 듣고는 ‘언어 자체를 떠나서 이제 그들과 함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나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선교사의 삶을 지향하려는 신학생들과 지원사제 신부님들, 그리고 수녀님과 수사님들께 늘 파견되고 나면 ‘선교지에서의 동네 한 바퀴’를 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라는 동요 아시지요? 선교사로 남미에 가서 산책하듯이 본인이 파견된 동네 한 바퀴를 매일같이 돌아보는 것입니다.

동네 한 바퀴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길가에서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이 생기고, 언어가 다르지만 정성 어린 마음으로 서로에게 기도를 청하게 되기도 합니다. 얼굴을 익히고 관심 가득한 마음으로 방문하다 보면 이제 동네 한 바퀴는 한 바퀴 휙 도는 이삼십 분의 시간이 아닌, 선교지 사람들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갑니다. 그러고는 나 자신에게 말하겠지요.

‘아! 내가 비로소 이 사람들 안에 살고 있구나!’라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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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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