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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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97. 평화를 위한 노력 - 희망의 뿌리이신 그리스도 (「간추린 사회교리」 577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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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애벌레가 빈정거렸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무턱대고 믿을 수 있니? 땅에 있으면서 기어오르는 게 우리들의 삶이야. 우리들의 모습을 암만 들여다보아라! 우리들의 내부에 나비가 들어 있을 법이나 하냐. 최선을 다해서 애벌레의 삶이나 즐기는 거야!”

“어쩌면 그가 옳은지도 몰라. 나는 무슨 증거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면 그것이 절실히 필요하니까 내가 단지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단 말인가?”

하고 줄무늬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는 아픈 가슴을 안고 자기의 속삭임을 들어 줄 만한 눈동자를 찾으면서 계속해서 내려왔습니다.

“나는 나비를 보았어-삶에는 무엇인가 보다 충만된 것이 있는 거야.”(트리나 폴러스 「꽃들에게 희망을」 중)



■ 희망 vs 현실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꽃들에게 희망을」은 무엇을 인생의 목적으로 정해야 할지, 희망은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통해 삶의 의미와 행복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나 “희망하라”는 아름다운 권고는 고단한 현실과 늘 부딪힙니다. 그래서 절망과 우울, 무력과 체념, 심지어 안타까운 자살도 존재합니다.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웃 이야기, 당장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지 못해 생계가 어려운 학생들, 홀로 추운 방에 머무셔야 하는 어른신들, 먼 이국땅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며 힘들게 일하는 외국인 형제자매들, 그리고 나 또한 별수 없이 고단한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현실은 무겁고 엄혹합니다. 「간추린 사회교리」도 삶의 단면을 ‘모호함’, ‘모순투성이’, ‘불의함’, ‘고통과 악’, ‘죽음이 존재함’으로 표현합니다. 정녕 희망은 어디에 있습니까? 어떻게 실현하는 것입니까? 그리고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그리스도 우리의 희망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난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강론 때, “사랑하는 여러분 큰 꿈을 포기하지 마십시오”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그냥 잘 지내는 것, 소비에 만족하고, 그 만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행동을 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래서 최후의 심판에 나오는 목록을 ‘선물리스트’(la lista dei doni), 우리가 실천해야 할 구체적 노력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행동하고 노력하는 근거는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랑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움직이게 합니다. 우리에게 항상 말씀을 건네시며 우리를 악으로 물듦에서 보호하시고 세상을 비관하고 저주함에서 지켜 주십니다!

「간추린 사회교리」에서도 그 희망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무리 모호하고 모순투성이라 하더라도 생명과 희망의 장소로 재발견되며”(196항), “세상 참여의 의미와 토대는 죄가 인류 역사를 깊이 물들이고 있음에도 희망을 불러일으키고”(578항), 미래를 바라보게 한다고 말입니다.(451항)



■ 길은 걷는 자의 것이고, 희망도 희망하는 이의 것!

연말연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여전히 위세 중에 세상과 사회도 복잡합니다. 집값과 전세난, 검찰개혁과 검란(檢亂)사태, 경기침체와 대량 해고, 미국 대통령 당선을 둘러싼 갑론을박, 거기다 비혼출산 등, 그래서 논란과 잡음, 분쟁도 많고 사회는 늘 꽉 막힌 주차장 같습니다. 반면 훈훈한 소식들도 있습니다. 연말을 맞아 어려운 시절임에도 나눔과 이웃사랑이 행해집니다. 제주교구장이신 문창우 주교님은 “먼저 사랑하자”는 뜻 깊은 취임사를 말씀하셨습니다.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도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주관으로 내년 1월에 명동밥집을 열려 합니다. 사랑, 믿음, 희망, 대화와 협력, 존중, 약자에 대한 배려가 희망을 지어 내고 어려움을 이겨 냅니다. 이처럼 그리스도께서, 성령께서 언제나 세상을 지켜 주십니다. 믿음을 갖고 교회가, 내가, 그리스도인이 이웃으로서, 모든 이에게, 스스로에게도 희망이 돼 주어야 합니다.


교회는 “무법의 신비가 이미 작용하고 있다는 것”(2테살 2,7)을 알고 있지만, “인간 안에는 넉넉한 자질과 활력 그리고 근본적인 ‘선’(창세 1,31 참조)이 존재한다는 것”도 안다. “그 이유는 인간이 창조주의 모상이요, ‘어떤 의미에서는 당신을 모든 사람과 일치시키신’ 그리스도의 구원의 영향 아래 놓여 있기 때문이며, 성령의 힘 있는 활동이 ‘온 세상에 충만히’(지혜 1,7) 있기 때문이다.”(「간추린 사회교리」 578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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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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