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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영성 이야기] (57) 가족 공동체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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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도 온 가족이 모여 차 모둠 시간을 가졌다. 차 모둠 시간은 따끈한 차를 마시면서 우리 가족이 각자 보냈던 하루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그래서 하루 중 기쁘고 감사했던 일과 힘들고 속상했던 일을 한 가지씩 나눈다. 오늘 아이들은 학교 숙제와 외모에 관해 속상했던 것, 혼자 운동하며 좋았던 얘기를 했다. 그리고 나와 아내는 직장 생활, 집안 살림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라도 아이들은 조금씩 자기 감정과 느낌을 드러내고, 우리 부부는 그것을 들으며 아이들이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조금은 알게 된다. 온종일 집에서만 갇혀 지낸 아이들이 짠하기도 하고, 뭔가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노력이 대견하기도 하고, 어떻게 힘과 위로를 줄 수 있을까 고민도 하게 된다. 아이들도 엄마와 아빠의 나눔을 들으며 엄마와 아빠는 무엇에서 힘을 얻고 무엇에 힘들어하는지 조금은 알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차 모둠이 잘된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며 어색해했고, 자기감정을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때로 화가 났을 때는 심술궂게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몇 년 정도 하다 보니 아이들은 많이 익숙해졌고, 그다지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들이나 우리 부부나 이렇게 하루 중 나의 행동과 생각, 느낌과 감정을 살펴보는 것, 특히 별것 없는 똑같은 하루 안에서 기쁘고 좋았던 것, 힘들었던 것을 살피는 것은 의미 있는 것 같다. 하루 동안 우리 마음 안에서는 다양한 것이 일어나고, 우리를 휩쓸어 가게 되며, 하느님은 그런 것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거시기 때문이다. 가족 안에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 공감받기도 하고, 서로에 대해 작지만 따뜻한 격려와 조언을 해 주기도 한다.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길어지면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가정의 역할도 다시 커지고 있다. 그동안 직장과 학교에 오롯이 내맡겨져 있던 가족들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함께 먹을 것을 만들어 먹고 놀고 이야기하면서 본래 공동체로서의 가족의 의미가 다시 중요해졌다.

물론 이런 시간이 항상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가정불화나 가정 폭력이 급증했다는 내용의 기사에서 보듯이, 가족이 함께 있으면서 더 싸우고 더 미워하고 더 고통스러워진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되는 것은 가족 공동체가 기본적으로 가식이나 거짓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사랑의 기쁨」 315항) 그 안에서 서로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그대로의 관계 양상이 적나라하게 표출될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러나 가족 공동체는 서툴고 불완전하고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곳이다. 단번에 되지 않고 부족할 수 있어도,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하느님의 시선을 통해 가족 구성원을 바라보고, 서로를 이끌고 가시는 성령을 인식하도록 애써야 한다. 이는 가족 공동체를 살아가는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사랑에 대한 훈련이자 깊은 영적 체험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세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고통과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때 이를 제일 먼저 알아채고, 그것을 품을 수 있는 곳, 상처를 치유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곳이 바로 가정이어야 한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가정이 가장 가까운 ‘병원’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사랑의 기쁨」 321항)

당연하고 특별할 것 없는 관계 같지만, 혹은 어색하고 미숙하고 그래서 때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하느님께서 우리를 가족 공동체로 파견하신 이유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자녀인 우리를 바라보시는 당신의 바로 그 따스한 시선으로 가족이 서로를 품고 격려하고 사랑하라고 초대하시는 것 같다. 매일의 일상적인 그 초대, 거기에 조금씩 응답해 가면 좋겠다.





한준(요셉·한국CLC 교육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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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2-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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