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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07. 가치에 대한 성찰 - 올바른 정의란 무엇일까 4. 공정성의 바탕 ‘공동체와 이웃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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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신부님, 사랑과 정의에 대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사랑 안에서 정의를 생각해야 하고 사랑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도 공감이 갔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회를 이런 시각으로만 바라보긴 어렵지 않나요? 예를 들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불가피한 거잖아요? 뭐가 됐든 간에 경쟁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고요. 그게 공정한 거 아닌가요?


■ 공정성 논란

아메리칸 드림, 코리안 드림이라고 하듯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가 모든 사람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심각한 논란거리는 바로 ‘공정성’입니다. 잘못된 관행과 비리에 대한 공정성 요청도 있지만 불평등과 격차가 커지는 사회시스템에 대한 공정성 논란도 있습니다. 대학입시, 교육, 고용, 의료, 소득과 복지 모든 곳에서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거세졌습니다.

사회가 불공정하기에 이런 논란이 나오는 걸까요?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과 도태는 분명 하나의 현상이고 과정입니다. 그런데 문제의 시작은 한국사회에서 공정성 여부는 경쟁과 비교, 그리고 보상으로만 평가된다는 점입니다. 공정성이 경쟁과 능력주의만을 바탕으로 이해됩니다. 4차 산업혁명과 새롭게 도래할 미래는 각자도생을 강요하며 경쟁을 더 치열하게 합니다. 문제의 본질은 능력주의가 정말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저마다 처한 가정·성장환경, 안정성과 경제력 등 공정한 경쟁을 위한 출발선과 경쟁력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 공정성을 위해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은

땀 흘리고 노력한 만큼 보상을 얻는 것,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공정성의 기본 요소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능력지상주의가 돼 구조적 불평등, 되물림, 환경적 요소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최근 학생들의 비대면수업으로 인한 교육격차가 문제됐습니다. 스마트 시스템과 사교육, 최적화된 상황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있고, 어려운 형편 때문에 좁은 집에서, 여건도 갖추지 못한 채 공부해야만 하는 학생이 있다고 할 때 학습 결과를 공평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시험성적은 한국에서 인생을 좌우하리만치 중요합니다. 또한 AI(인공지능)에게 간신히 1승을 거둔 바둑기사에게 노력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듯, 노력 여부만으로 인권과 생존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없습니다. 그런 사회는 대단히 위험합니다. 공정을 논할 때 비교 여부에 따라 ‘비교 가능한 정의의 영역’과 ‘비교 불가능한 정의의 영역’으로 나눕니다.(김정희원 ‘공정성 담론이 놓치는 것’) 여기서 비교 불가능한 영역은 비교가 어려운 개인의 고유한 환경과 상황들을 의미합니다. 이는 더불어 ‘성과나 결과에 비교당하지 않고도 존중 받을 수 있는 공정함’을 지향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인간존엄, 공동체, 협력과 이웃사랑입니다.


■ 공정성의 바탕, 공동체와 이웃사랑

세계적인 부호 빌 게이츠가 성공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다만 운이 좋았을 뿐이고 나에겐 불평등을 줄일 책임이 있다”라고 했지요. 경쟁은 분명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경쟁과 함께 인간본연의 형제애, 성숙함, 겸손함을 갖춰야 합니다. 겸손함이란 나보다 운이 좋지 않았던 사람을 무시하면서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를 무시하는 오만함이 아닙니다. 겸손함은 사회를 갈라 놓고 있는 가혹한 성공 윤리에서 돌아서게 하며 관대한 공동체적 삶으로 우리를 이끈다고 합니다.(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중) 나아가 그것은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 인간 본연의 품위, 그리고 하느님의 계명입니다.

가톨릭교회는 능력지상주의가 아니라 공동체와 이웃사랑을 공정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바탕으로 선포합니다. 또한 공정성은 재화의 보편적 목적인 나눔, 약자를 좀 더 배려하는 보조성과 우선적 선택, 함께 협력하자는 연대성, 공동체를 지향하는 공동선의 원리, 나도 소중하고 그도 소중하다는 인간존엄의 원리를 통해 실현돼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여기에 형제적 사랑, 사랑의 실천, 하느님 말씀에 충실하며 살려는 신앙의 성실함이 그 모든 것을 완성합니다.


“복음의 사랑의 계명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정치 생활의 가장 심오한 의미를 일깨운다…. 믿는 이들이 내세워야 할 목표는 사람들 사이에 공동체 관계를 맺는 것이다. 정치사회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관점은, 사회생활을 구성하기 위한 전형이자 일상생활의 한 양식인 공동체의 가치를 최우선에 둔다.”(「간추린 사회교리」 392항)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사목국 성서못자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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