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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16. 가치에 대한 성찰 - 올바른 희망이란 무엇일까 3. 책임감 있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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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신부님, 마리아가 때렸어요!

마리아: 아니에요, 요한이가 먼저 그랬어요!

클라라: 신부님, 요한이가 잘못했어요! 외국인 냄새 난다고 먼저 놀렸거든요!(참고로 마리아는 다문화 가정 자녀임)

요한: 뭐라고?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여자 주제에!

클라라: 네가 먼저 잘못했잖아! 이 까맣고 못생긴 공부도 못하는 놈아!

스텔라: 맞아요. 요한이가 잘못했어요. 그건 성희롱이에요! 남자애들은 다 이상해.

이 신부: 왜들 그러니 무슨 일이야? 자자 신부님한테 차례로 이야기해 보렴!


■ 어른이 되면 안 싸울까?

간혹 아이들이 다투는 것을 봅니다. 대개 사소한 일로 다투는데 저러면서 크나 보다 싶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안 그럴 것 같았는데 어른이나 세상사도 아이들 싸우는 것과 똑같습니다. 오히려 어른들 싸움이 더 유치하고 참담할 때가 많습니다. 원인이나 양상은 다양하고 대의명분, 전통, 도리, 철학을 운운하지만 현실 문제의 본질은 실리와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입니다. 어른도 애들처럼 내 것을 빼앗기거나 모욕을 당했을 때 못 참습니다.

사회에는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경제·고용 한파, 인구감소로 인한 위기의식과 세대·계층·지역 간 여러 갈등이 엿보입니다. 여기서 안 힘든 사람이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세간에선 청년들의 취업난, 생활고, 사회적 고립을 주요한 어려움으로 꼽습니다. 여기엔 그들 내부에 존재하는 이익 다툼도 있으나 외적으로는 그들이 느끼는 사회의 불공정, 기성세대에 대한 실망, 작아진 파이라는 배경도 작용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열정이 없는 세대로 치부하고 그들을 공감과 애정 없이 ‘한 표’로만 인식하는, 영혼 없고 잘못된 정치세력과 사회적 분위기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 올바른 희망이란 책임감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

갈등과 대립을 넘어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다른 견해를 아우르고 화합을 추구하기 위해서 아이들과 청년들을 소중히 여기고 구조화된 불의를 개선하고 공정을 추구하려는 노력과 담론이 더 절실합니다. 또한 그들을 대립시키기보다 대안 모색과 함께 책임감을 성찰해야 하고 그 주체는 먼저 어른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올바른 희망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올바른 희망은 책임감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럴 때 희망은 공감하고 도와주며 누군가로 하여금 무엇을 건설하고 짓게 합니다.

그 올바른 희망을 위해 어른들이 노력해야 합니다. 어른이기 때문입니다. 어른과 아이 모두 싸우고 다툴 수 있지만, 사회와 이웃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는 다르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 어른의 지혜로운 역할이 필요합니다. 일본의 소노 아야코는 「계로록」(戒老錄, ‘늙음을 경계하는 기록’)에서 아름답게 나이 드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단념입니다. 단념은 타인에게 이롭기 위해 티 내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고 남이 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 합니다. 이는 그리스도교의 큰 덕인 ‘낮춤과 비움, 내어 줌, 겸허와 직접 노동함’을 통해 그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어른의 모습, 영적이며 사회적인 유산으로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돼야!

「간추린 사회교리」에서 인간은 하느님의 피조물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아니라 소수와 약자마저 포함한 거룩한 공동선을 증진할 수 있으며, 그런 노력이 하느님을 바라보는 관상의 기회가 된다고 합니다.(266항) 그렇게 모인 노력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어 사회를 변화시키고 치유한다고 하며 사회는 서로 참된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곳이자 영적이고 사회적 유산을 공유하는 장이 된다고 합니다.(386항) 그 노력이란 앞서 말한 ‘낮춤과 비움, 내어 줌, 겸허와 직접 노동함’입니다. 그러고 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어른을 통해서 아이들과 세상은 사랑과 기쁨, 신뢰가 깃든 인간의 길을 배울 것이고, 무엇보다 참된 희망을 얻을 것입니다.


“인간 사회는 먼저 영적인 실재로 간주되어야 한다. 사회를 통하여 인간은 진리의 빛 안에서 학식을 교환하고, 권리를 행사하며, 의무를 이행하고, 영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아름다움에서 서로 참된 즐거움을 이끌어 내고, 자신들의 가장 뛰어난 문화적 유산을 언제나 기꺼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 주고자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86항)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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