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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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영성 이야기] (78) 예수님 마음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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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해를 한참 넘겼다.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될 때는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고 사람들 사이에 2m 이상 거리를 두어야 했을 때, 함께 모일 수도 없고 더구나 미사 봉헌까지 어려워졌을 때, 이제 좀 나아지나 보다 하고 희망의 불을 지피기 시작하고도 변이라는 종(種)에 그 불씨를 빼앗기게 되었을 때 마음 한구석에서는 우리가 단단히 벌을 받는구나 하는 두려움까지 생겼다.

하지만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있겠다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며, 우리는 일치의 영성으로 부름받았으니 ‘모든 이가 하나’ 되기를 바라신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하자고 마음을 추슬렀다.

영성들이 하느님 정원의 꽃이라고 한다면 포콜라레 영성은 무엇보다 조화와 일치라는 빛깔과 향기를 지니고 피어난 이 시대의 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포콜라레 영성을 사는 이들은 그 꽃을 이루는 잎이나 줄기, 꽃받침과 꽃잎이다. 그러므로 낱낱의 개체 또한 건실하고 아름다워야 하지만 전체로써 하나를 드러내 보이는 공동체성 또한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바로 이 측면에 대해 포콜라레 영성에서는 무지개색 중 보라색으로 표현하고, 이는 ‘일치와 통신 수단’을 의미한다.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소통할 필요가 있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개인 간의 대화뿐 아니라 통신 수단들도 활용해야 하므로, 이 두 가지 면모가 하나의 색깔에 담기는 것이리라. 물론 통신 수단들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극적인 기사들, 넘쳐나는 정보들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큰 숙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선용하여 일치를 건설할 수도 있음을 알았다.

포콜라레운동에는 모든 이에게 열린 큰 모임이 있는 반면 회원들을 위한 소규모 모임들도 있다. 거기서 일치를 확인하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서로 간의 사랑 안에서 영적 묵상을 함께하며 복음을 실천한 경험담을 나눔으로써 서로 영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비대면 시기가 길어지자 언제까지고 이런 모임들을 잃어버릴 수가 없어서 이 시기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는데, 인터넷에서 개방형 포털 서비스를 찾아내었고 우리 그룹도 그 방법으로 모임을 시작할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아이티(IT) 강국이라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모두에게 낯선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그룹의 구성원은 여덟 명인데, 4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나이의 여성들이며 인접한 네 도시에 살고 있다. 주부로, 직장인으로, 혹은 할머니로서 서로 다른 경험을 공유하며 노년기의 아름다움을 익히거나 젊은 열정을 얻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새 방식으로 모임을 시작하려니, 특히 노년기의 회원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우선 방법을 익히는 것도 문제였는데, 각자 자신의 휴대폰에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할 뿐 아니라 그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에 익숙해져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는 말을 믿고 우리는 서로 도와 가며 방법을 익혀 나갔다. 신기술이 어렵긴 하나 그렇다고 그 누구도 일치의 노선에서 제외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팔순을 훌쩍 넘기신 어르신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어려워하셨지만 누군가는 직접 찾아가 프로그램을 설치해 드리는 등 격려를 아끼지 않자 점차 용기를 내시고, 손녀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참여하기 위해 애쓰셨다.

처음 모두 함께 영상으로 만났던 날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이제 감감 얼굴도 잊어버리겠다고 하던 우리가 서로의 표정을 보며 마치 대면할 때처럼 모임을 하게 되니 그렇게 힘이 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어디에 있든 상황만 가능하면 정해진 시간에 영상으로 함께 모이는 것에 익숙해졌다. 노년도 신세대가 될 수 있게 하는 일치의 힘이야말로 참으로 대단하다.

일치는 정말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닌 것 같다. 서로 사랑하면서 각자가 예수님 마음을 닮고자 부단히 노력할 때 그 마음들이 한 분이신 예수님 마음 안에서 은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장정애(마리아고레띠·마리아 사업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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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7-1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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