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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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94) ‘일진(?)이 정말 사나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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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교우분 중 복분자 농사를 지으시는 분이 첫 수확을 했다고 맛을 좀 보시라며 복분자 열매를 공소로 보내 주셨습니다. 살면서 오디, 산딸기, 블루베리 열매는 먹어 본 적이 있지만 복분자 열매는 처음 맛보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함께 사는 동료 신부님과 복분자 열매를 먹었는데, 특별하게 달콤한 맛은 없었습니다. 이에 동료 신부님의 제안으로 요구르트에 찍어서도 먹어 보고, 믹서에 갈아서도 먹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정도 맛은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침식사로 한 통에서 반 이상을 덜어내 먹은 후, 복분자 통을 들어 올렸는데 순간 통을 놓치는 바람에 대부분의 복분자를 땅바닥에 쏟았습니다. 너무 아깝고 또 귀하게 농사지어 주신 고마운 것이라 나와 동료 신부님은 땅바닥에 떨어진 복분자를 다시 잘 주워서 씻은 다음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그러고는 물을 마시려는데 갑자기 주전자에서 물이 확 쏟아지는 바람에 식탁 위는 물로 흥건해졌습니다. 평소와 달리 갑자기 연달아 두 번이나 실수를 했더니, 동료 신부님 앞에서 머쓱해졌습니다.

이런 나를 보던 동료 신부님은, “강 신부님, 오늘 일진이 사나운 데 조심하셔요.” 그러자 나는 웃으며, “가톨릭 사제가 일진은 무슨! 바보 같이. 일진이 아니라 내가 요즘 늙어서 그래. 아이 참, 손에 힘이 없어서 이렇게 잘 쏟네.”

그렇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내 방으로 들어오는데 그날의 복음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자기 형제를 가리켜 바보라고 욕하는 사람은 중앙 법정에 넘겨질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동료 신부님에게 웃으며 ‘바보’라고 말한 것 같은데, 문득 성경 말씀이 떠오르면서 뭔지 알 수 없는 찔리는 감정에, 일진 같은 건 믿지 않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내 형제에게 ‘바보’라고 말했으니, 그 말 때문에 정말로 중앙 법정에 넘겨질까(?) 두려워, 오늘 하루는 조심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날 오후, 본당 주임신부님과 회의가 있어 고창성당으로 가는데, 평소 같으면 도로 위에 차가 없으면 쬐끔 많이 과속(?)으로 달리는데, 그날은 정말 난생 처음으로 규정 속도 60㎞, 70㎞를 지키면서 운전을 했습니다. 그렇게 30분을 운전하는데, 운전 내내 제한 속도를 유지한 날은 그때가 처음이지 싶었습니다. 사실, ‘일진이 사나울 것 같다’는 형제의 말은 안 들었지만 그날의 복음 말씀, 즉 형제에게 ‘바보’라고 말한 것이 양심에 찔려…. 아무튼 아주 착한 운전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교차로 끝 지점에서 좌회전을 하려는데, ‘아뿔싸…!’ 바로 앞에 차량 한 대가 멈추어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별 문제없이 급정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곳은 교차로이면서 윗도로와 이어지는 곳입니다. 그런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좌회전을 하는 부분에 도로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대형 차벽이 있습니다. 그래서 좌회전 하자마자 구석 쪽에 차가 멈추어 있는지는 좌회전을 해야 알 수 있습니다. 그 차는 길을 잃었는지, 정말 위험하게 거기에 서 있다가 내 차가 진입하는 것을 보더니, 서둘러 불법으로 차를 우측으로 꺾더니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그날 과속을 했으면 정말 큰 일이 날 뻔 했습니다.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았다면, 좌회전 하자마자 그 차와 충돌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결과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아침에 연거푸 했던 실수. ‘일진이 사납다’는 말은 안 믿는 듯했지만, 형제에게 바보라고 말한 것은 중앙법정에 끌려가지나 않을까…, 그건 믿었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조심해야 할 것과 기본을 지키며 살아야 할 것들은 참 많습니다. 그러기에 조금만 천천히 움직이고, 행동할 수 있다면 일진이 사나울 일도, 형제에게 바보라고 말할 일도 없을 겁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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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7-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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