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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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영성 이야기] (80) 주님!! 믿음의 옷이 많이 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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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도 살아 있음에 감사드리며 미소 짓는다. 그리고 사랑하는 주님께 나의 사랑을 고백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 준비를 한다. 주님께서 큰 선물을 주신 것 중 하나는 매일을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직장에 나갈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 주신 것이다. 그렇게 선물받은 하루를 의탁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벌써 한 해의 반을 훌쩍 넘기고 있다.

1년 5개월을 아무런 행사도 없이 이렇게 조용히 지내는 것이 몇 십 년 만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꾸르실료 교육에 참가하기 전에는, 하루하루가 어제와 똑같은 반복적인 지루한 날들이기보다는 좀 더 내가 잘하는 순간의 모습이 드러나고, 나의 능력이 많은 이들로부터 인정받는 특별한 날들이길 바랐다.

하지만 꾸르실료에 참가해 깨달은 것은 그 모든 능력은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 낸 나의 결과물이 아니라, 주님께서 나의 능력이 드러날 수 있도록 주위 사람들 마음에 빛을 넣어 주셨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참 많이 부끄러웠다.

그 이후로 행사를 진행할 때면 시작 기도와 함께 기도 내용도 달라졌다. “제가 실수하지 않도록 지켜 주십시오”에서 “주님 영광 드러날 수 있도록, 쓰시고자 하는 만큼 쓰일 수 있도록 저와 함께하소서”라고 기도한다.

꾸르실료를 수료한 후 봉사자로 부르심을 받고 1년에 2회 이상 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할 때는 참가자들이 하느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도록 숨죽이며 3박4일을 함께한다. 봉사자들도 세상일들은 다 잊어버리고 오롯이 하느님과 나만을 생각하며 지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에 서로서로가 하느님 자녀로서 최선을 다한다. 이렇듯 주님의 넘치는 사랑으로 채워져 3박4일 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나도 모르는 사이 온유하게 변해 있었다.

사람 중심에서 하느님 중심으로 변화되어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나의 판단이 우선이 되기보단 ‘주님! 이럴 땐 어떻게 할까요? 제가 많이 속상해요. 저의 어둠을 빨리 걷어 주시고 저에게 지혜를 주소서’라고 주님께 사소한 것까지 물어보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가 대견하여 웃음 지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꾸르실료 교육이 1년 5개월째 멈추고 있는 시점에서 나를 되돌아보니, 구멍이 송송 뚫린 듯 믿음의 옷이 많이 해어져 있다. 그 해진 옷 사이로 어둠들이 나를 유혹했고 난 그 유혹에 넘어가고 있었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고, 하느님께 여쭈어보기보다 내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그 상황에 서운해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들키게 되니 당황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늘 기도 속에서 “주님 사랑합니다”라고 속삭였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내 감정대로 판단 내리고 있는 교만한 나를 이제는 버리고 싶다. 꾸르실료 교육 중 ‘제가 무엇이라고 이토록 오래 기다려 주시고, 저의 죄를 용서해 주고자 이렇게 부르셨습니까?’하며 얼마나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던가. ‘주님께서 저를 기다려 주신 만큼, 저 또한 상대방을 기다려 주면서 그 사람에 대해 판단 내리지 않겠습니다’라고 매번 다짐했지만 나는 또 무너져 버렸다.

그러나 후회만 하며 주저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주님께 무릎 꿇어 용서를 청하고 주님의 부끄럽지 않은 용사인 꾸르실리스따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 그래서 언젠가 꾸르실료 봉사자로 불림을 받았을 때, “예! 주님. 당신의 작은 종. 이성애 소화데레사가 여기 있나이다”라고 기쁘게 달려갈 그 날을 꿈꾸면서, 꾸르실료의 정신인 이상·순종·사랑의 실로 그 구멍을 한 땀 한 땀 꿰매어야 한다. 구멍 뚫렸던 믿음의 옷이 사랑과 겸손의 갑옷으로 무장이 될 때 나는 두려움 없이 십자가 길로 뛰어 들어갈 수 있는 주님의 용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데 꼴로레스(De Colores·빛과 함께)!




이성애 (소화데레사·꾸르실료 한국 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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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7-2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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