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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32. 성체성사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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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체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교리서는 우선 ‘그리스도와의 일치’(1391), 그로 인해 ‘죄에서 해방됨’(1393), 그리고 ‘교회의 형성’(1396), 마지막으로 ‘사랑의 실천’(1397)을 말합니다. 각자 개별적이고 독립된 효과인 것 같지만 실상은 하나입니다. 내가 죽고 그리스도가 되는 것.

자녀는 부모가 주는 ‘양식’을 먹습니다. 양식엔 부모의 살과 피가 담겨, 자녀가 그것을 먹고 부모를 인식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습니다. 마찬가지로 영성체를 통해 우리도 하느님의 자녀임을 믿습니다. 그리스도처럼 된 것입니다. 아니 “그리스도가 된 것”입니다.(795 참조) 이것이 영성체의 효과이고 나머지 효과는 다 이 정체성에서 기인합니다.

아이는 부모처럼 될 수 있다고 믿고 옹알이도 하고 걸음마도 시작합니다. 이것이 이전 본성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마찬가지로 영성체를 한 사람도 ‘그리스도로 살기 위해 이전 본성을 벗어던집니다’. 이것이 인간을 죄에서 해방하는 영성체의 효과입니다.

또 자녀들은 부모가 주는 양식으로 자신의 형제들이 누구인지 알게 됩니다. 이처럼 영성체를 한 이들도 하느님 자녀들을 알아보고 같은 식탁에 둘러앉은 형제들처럼 ‘교회를 형성’하고 형제 간의 친교를 나눕니다. 양식을 나눔은 친교입니다.

마지막으로 양식을 먹는 자녀들은 부모에게 감사하여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부모의 뜻을 따릅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 양식을 먹는 그리스도인은 서로 사랑하라는 아버지 뜻만을 위해 ‘이웃을 사랑합니다.’ 사랑하지 않는 그리스도는 없습니다.

어른들의 모든 심리적 문제는 어렸을 때 사랑이 담긴 양식을 먹지 못해서 발생합니다. 부모로부터 ‘양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자신의 존귀함도 모릅니다. 이때 생기는 감정을 ‘열등감’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열등감을 재산을 많이 소유함으로써, 쾌락을 추구함으로써, 혹은 명예나 권력을 휘두름으로써 극복하려 합니다. 이렇게 세상 것들에 집착하는 상태를 성경에서는 ‘부자’라고 합니다. 세상 것들에 집착이 큰 부자들은 자신의 것을 남에게 내어줄 수 없기에 사랑을 실천할 수 없고 그래서 하느님 나라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귀로 통과하기처럼 어렵습니다.

헬스 전문 유튜버인 ‘박승현’씨는 ‘MBC 실화 탐사대’에 출연하여 심근경색, 심장마비, 성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이 있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끊을 수 없는 이유를 말했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때 키 163㎝에 몸무게 54㎏의 왜소하고 잘난 것이 하나 없는 청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약물을 이용해 105㎏의 근육이 비대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는 “나를 대단하게 봐주니까 저는 여기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어요. 거기에 미쳐버린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사실 이 사람에게 약물이란 돈이나 쾌락과 명예도 마찬가지지만, 어렸을 때 충분히 먹지 못했던 엄마의 젖과 같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젖을 먹지 못한 상처 때문에 공갈 젖꼭지라도 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양식으로 받은 상처는 양식으로만 치유될 수 있습니다.

공갈 젖꼭지를 물고 놓지 않는 아이에게 엄마가 젖을 주거나 이유식을 줄 수는 없습니다. 내가 죽고 그리스도가 되려는 이들만이 영성체의 효과를 누립니다. 여전히 세상 것이 행복이라 여기는 이들에겐 영성체의 효과가 없습니다.

2014년 복자품에 오른 순교자 중에 백정 출신도 있습니다. ‘황일광 시몬’입니다. 백정으로 세상에서 무시만 당하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킬 수 있는 양식을 찾았습니다. 그가 천주교인들을 만나니 동등한 신분의 형제로 대우받았습니다. 성체를 영할 때 양반과 같은 식탁에서 같은 부모가 차려준 밥을 먹으니 행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그런 대우를 받고 그는 천당이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땅에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전의 삶을 벗어던졌습니다.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지위를 얻음으로써 열등감에서 벗어나고 세상 모든 집착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러니 목숨까지 아끼지 않고 순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마음의 가난’이라고 합니다.

영성체의 효과는 분명합니다. 부자인 내가 죽고, 또 그것을 바라는 사람이 그리스도와 하나 되어 십자가의 가난으로 하느님 본성인 사랑을 사는 것입니다.


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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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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