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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영화와 찬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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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어느 성지에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관련 행사가 있는데, 행사 협조를 위해 그 성지를 방문해 회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회의에는 서울에서 오신 분도 몇 분이 계셨는데, 그분들은 회의 후에 개갑장터순교성지 방문을 희망하셨습니다. 그래서 회의를 마친 후 나는 그분들과 함께 개갑장터순교성지에 갔습니다. 일행은 순례를 마친 후, 하루를 묵으려고 근처 홍농 쪽에 숙소를 잡았고, 그 숙소에서 저녁도 먹었습니다. 식사와 담소를 나누던 중 나를 공소로 데려다 주기로 한 형제님께서 잠시 쉰다며 방에 들어가더니, 그만 푹 ? 잠들어 버렸습니다. 새벽부터 운전을 하느라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다른 분들은 운전이 서툴고 또 홍농에서 심원 가는 시골길은 운전이 어렵다면서, 택시를 불러 주었습니다. 마침 택시가 왔고 편안하게 공소로 갈 수 있었습니다.

덩치가 좋은 택시 기사분이 운전을 하셨습니다. ‘심원 중학교로 가자’는 말에, 기사분은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택시는 공소 방향을 향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가는 도중에 기사분이 말씀하셨습니다.

“혹시 속이 불편하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잠시 세워 드릴게요.”

‘웬? 불편!’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대답했습니다.

“하하. 불편한 거 전혀 없어요.”

그러자 기사분은 택시가 잠시 멈췄을 때 뒷좌석 쪽으로 몸을 돌려

“여기, 피로회복제 하나 드실래요?”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정말 친절한 택시 기사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장난기가 발송한 나는 택시 기사분에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이 어찌 영화의 한 장면 같아요, 하하하. 제가 피로회복제를 마시자 어느 순간 잠이 들고 그런 다음 눈을 떠 보니 어디 섬에 있을 것 같고. 하하하.”

그러자 택시 기사분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지더니,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저 이래 뵈도 크리스천입니다. 하나님 모시는 사람이에요”라고 강한 어조로 말씀하시는 겁니다.

“그냥 재미로 해 본 소리예요.”

“알고는 있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음악을 좀 틀면 안 될까요?”

“아, 예. 편안하게 하세요.”

그러자 택시 기사분은 본인이 크리스천인지를 적극 알리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소리도 약간 크게 찬송가를 틀었는데, 덕분에 공소에 도착할 때까지 30분 내내 찬송가를 들었습니다. ‘거룩하신 주 하나님’, ‘구주를 생각만 해도’, ‘귀하신 예수’, ‘나 같은 죄인 살리신’, ‘나의 죄 모두 지신 주님’, ‘목마른 내 영혼’…. 찬송가를 듣고 또 듣고 기사분의 흥얼거리는 소리도 함께 들었습니다.

‘휴….’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택시 기사분은 내가 내리는 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를 정도로 흥얼거리며 찬송가를 따라 부르고 있었습니다. 나도 공소 마당에서 찬송가 소리에 맞추어 박수를 치거나 큰 소리로 ‘할렐루야’, ‘아멘’ 하며 택시 기사님 찬송에 응답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택시에서 내린 후 떠나가는 택시를 뒤로하고 숙소로 들어가는데, 고요한 정적 속에 풀벌레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니, 풀벌레도 주님을 찬미하고 있었던 겁니다.

호출을 받아서 온 택시 기사분이 피로회복제를 건네며 ‘마셔보라’ 말씀하신 그 선한 마음을 헤아리고, 편안하게 그걸 마셨으면 될 것을! 괜히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말을 해서 30분 내내 찬송가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문득 ‘내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사실은 사람에 대한 의심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속죄하고 보속하는 마음에서 주님이 ‘나 같은 죄인을 살리려’ 찬송가를 듣게 하셨고, 정화의 시간을 베풀어 주신 것 같았습니다. 정화의 방법에는 종파를 초월해서 어디든 있는 듯합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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