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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매화나무처럼 묵묵히 복음의 꽃 피워낸 남자

뇌병변 장애 1급 앓고 있는 김성태씨 15년 동안 써온 복음 묵상서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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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너머에는 산이 있었네」를 펴낸 김성태씨.




산 너머에는 산이 있었네

김성태 지음

사회복지법인 베들레헴



“장애가 있다는 핑계로 어둠 속에서 죽음의 그림자만 바라본 삶이었습니다. 삶이란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보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열매를 거두는 것인데 그런 것을 몰랐어요. 내게 맞는 삶을 주셨기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수화기 너머로 어눌한 말투가 들려왔다. 또박또박 한 단어씩 뜸들여 이야기했지만 웃는 얼굴인 게 틀림없다. 뇌병변 1급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김성태(대건 안드레아, 57)씨가 15년 동안 써온 복음 묵상서 「산 너머에는 산이 있었네」(사회복지법인 베들레헴)를 펴냈다.

김씨는 포항시 북구 송라면에 있는 베들레헴 공동체(원장 성대현, 담당 김호균 신부)에서 14명의 장애인과 함께 산다. 이들은 매일 오전에 모여 복음 말씀을 읽고 복음 나눔을 하는데, 이 책은 김씨가 복음 나눔을 했던 것 중에서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묵상글 80여 편을 엮은 것이다.

김씨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 후인 29살 때까지 동네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어릴 때 혼자 집에 갇혀서 지낸 시간이 길었다. 집에 홀로 있으면 심심하고 답답해 문을 열고 문지방에 걸터앉아 바깥세상을 구경했다. 가끔 이웃집 할머니가 그를 업어서 양지바른 곳으로 데리고 가 주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는 나이 마흔에 베들레헴 공동체로 삶의 거처를 옮겼다. 연로해진 부모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어 선택한 독립이었다. 그는 베들레헴 공동체에 입소하기 전에 세례를 받았다. 1996년 집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다, 가톨릭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보다 성당에 다니고 싶어졌고 인근 영덕성당에 전화를 걸어 수녀와 통화가 된 게 세례로 이어졌다. 당시 수녀는 집으로 찾아와 걷지 못하는 그에게 통신교리를 알려줬고, 세례를 받게 됐다.

「산 너머에는 산이 있었네」는 ‘고향집 뜨락에서’, ‘세상의 뜨락에서’, ‘베들레헴의 뜨락에서’, ‘그리고 하느님의 계절’ 등 4장으로 구성했다. 불편한 몸으로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며 잔잔히 써 내려간 묵상글에 단순한 기쁨의 언어들이 녹아있다. 부정적이고 어두웠던 시간에 대한 성찰과 함께 새로운 다짐을 새싹처럼 피워올렸다. 따뜻한 일러스트는 류상애(샬트르 성 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수녀의 손을 빌렸다.

“매화나무는 한 자리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고운 꽃을 피워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기쁨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하느님의 은혜로 살아가는 나로서는 배울 점이 많은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움직일 수 없다고, 늘 한 곳에만 있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닌데 난 여기에 불만만 품었고 부정적 마음만 키우며 퇴보적 생활을 해왔습니다.”(101쪽)

베들레헴 공동체에서 미술치료와 물리치료,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하루를 보내는 김씨는 “제 복음 묵상글이 많은 이들에게 하느님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비록 잘 쓴 글은 아니지만 하느님을 알리는 글을 계속 쓰고 싶다”고 밝혔다.

이해인 수녀는 추천사에서 “일상의 삶에서 마주치는 어려움, 몸의 장애가 주는 힘들고 불편한 일들도 신앙 안에 승화시키려는 구체적 노력의 열매가 잘 반영된 따뜻한 책”이라며 “스스로를 낮추며 겸손의 길에 서 있는 작은 형제의 이 아름다운 영성 일기를 사랑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도 “어떻게 자신과 자신의 삶을 복음에 비추어 그렇게 묵상하고 성찰할 수 있는지 놀랍다”고 추천사에 썼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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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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