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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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끝이 아닌 영원한 생명과 빛으로 나아갈 완성의 시기

노(老)수녀가 알려주는 건강한 노년 위한 안내서끊임없이 내려놓는 작업 통해 생명의 기운 되찾아정 수녀가 77년 삶에서 직접 얻어낸 경험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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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향기

정하돈 수녀 지음 / 예지

“수도자라고 해서 노년을 잘 보내는 비결은 없습니다. 노년이 되면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많아요. ‘무언가를 해야 하나’ 하는 착각도 들지만 얻은 것을 비울수록 새로운 것으로 채워진다는 진리를 체험하게 됩니다.”

반세기 넘게 수도생활을 해온 할머니 수녀가 노년의 지혜를 담은 「노년의 향기」(예지)를 펴냈다.

올해 77세인 정하돈(안나 마리아, 툿찡포교성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수녀는 “노년은 신앙적인 차원에서 하느님을 찾고, 삶의 시선을 하느님께 두는 시기”라며 “신앙적인 차원에서 영원한 생명, 빛으로 나아가는 완성의 시기”라고 말했다.

정 수녀는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신학 박사학위를 받고, 18년간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수도자들과 신자를 위해 피정과 세미나, 강의를 하고, 대구가톨릭대 인성교양 강사로도 활동하는 등 바쁘게 살았다.

“30년 동안 퍼주기만 하고 살았더니 한계가 왔어요. 힘이 빠지고, 에너지가 고갈된 겁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내게서 나갈 빛이 없다고 느꼈어요. 고요한 시간에 기도와 침묵으로 조용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기도 중에 영상으로 독수리가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거예요.”

정 수녀는 ‘독수리 영성’으로 딛고 일어선 경험이 있다. 겨울 철새 독수리는 보통 70년 이상을 사는데 나이가 들면 날카로운 부리가 구부러진다. 깃털은 빠지고, 시야가 흐려지면서 마침내 날아가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이때 독수리는 다시 살기 위해 힘든 결단을 내린다. 산의 암벽으로 들어가 둥지를 틀고, 부리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암벽을 찍는 것. 새 부리가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새로 난 부리로 무뎌진 발톱을 하나씩 빼낸다. 새 발톱이 생기는 인고의 세월을 견딘 후 새로운 부활을 맞는다. 우화 속 독수리의 모습은 정 수녀에게 큰 힘이 됐다.

노년기에 접어든 정 수녀는 맡았던 모든 소임을 내려놓고, 독일의 한 분원에서 3년간 노인 수녀들과 지내며 독수리가 발톱을 빼는 시간을 가졌다. 외로운 곳에서 끊임없이 내려놓는 작업을 거듭했다. 생명의 기운을 되찾은 수녀는 다시 삶의 페달을 밟아 나갔다.

「노년의 향기」에는 노년을 위한 마음 준비부터 건강하고 새로운 노년기를 맞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좋은지, 정 수녀가 삶에서 직접 얻어낸 경험이 풍성하게 담겼다. 건강한 노년기를 위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걱정과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한 채 관계와 재산, 건강에 집착하고,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일은 노년의 삶을 더 고통스럽게 할 뿐이라고 조언한다.

정 수녀는 “석공이 돌로 조각할 때 부수고 깨기 시작하는데 돌 입장에서는 이게 참 아프다”면서 하느님은 석공, 자신은 돌에 비유했다. 그는 “수도생활을 하면서 아프고 힘들 때마다 침대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며 도저히 이 십자가는 못 지겠다고 울었다”며 “하느님은 결코 내가 지지 못 할 십자가는 주지 않으신다”고 귀띔했다.

“내가 깨지고 부서질 때마다 하느님이 나를 다듬으시는구나 생각하게 되는 거죠. 아프고 힘들지 않으면 하느님의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 없는 거예요. 돌이 석공의 작업에 협조할수록 돌은 아름답게 빚어집니다. 인내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그러면 마침내 하느님이 주시는 평화와 기쁨으로 가득해져요.”

조정래(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 사장) 신부는 추천사에 “어차피 가야 할 노년의 길에 들어서는 이에게는 지침서가 될 것이고, 이미 그 길을 가고 있는 분들에게는 성찰의 일기장처럼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썼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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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4-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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