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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종교인은...타 종교와의 상호 나눔으로 내적 성숙 이뤄

아시아인 최초 ‘토마스 머튼 상’ 수상 종교 간 대화의 원리와 방향 안내서 머튼의 관상·수도생활 등 시기별로 실어 종교 간 대화 중심, 관상적 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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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대표 영성가 토마스 머튼.





“자신의 종교에서 영적 성숙에 도달한 이는 다른 종교에 배타적이지 않고 오히려 다른 종교의 전통에서 배우려고 하며, 상호 나눔을 통해 자신의 종교가 더 풍성해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아시아인으로 처음 ‘토마스 머튼 상’을 받은 박재찬(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신부의 학문적 결실이 집약된 「토마스 머튼의 수행과 만남」(분도출판사)이 출간됐다. 토마스 머튼이 제시하는 관상의 영성과 종교 간 대화의 기본 원리와 나아갈 방향을 안내하는 길잡이다.

「칠층산」의 저자로 알려진 토마스 머튼(1915∼1968)은 미국 켄터키주 겟세마니 수도원의 트라피스트 수도승이자 영성가ㆍ평화운동가로, 종교 간 대화와 일치에 공헌한 선구자다. 머튼의 삶은 관상 체험들을 통한 자기 변형의 여정이었으며, 이 체험은 그를 영적으로 성숙하게 했고 다른 종교 전통에 열린 마음을 갖게 했다. 머튼에게 불교와의 만남은 동서양 수도생활의 공통된 가치를 발견하도록 도왔다. 그의 수도승적ㆍ관상적 대화의 목표는 다양성 안에서 인류의 근원적 일치를 재회복하는 데 있었다.

박 신부는 아시아인 베네딕도회 수도승으로 2015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 주관으로 열린 ‘머튼 탄생 백주년 학회’에서 머튼의 관상적 대화에 대해 발표했다.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유럽위원회’ 등에 참석하면서 머튼의 유산이 아시아에서 개발될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책은 ‘머튼의 내적 체험과 종교 간 대화’를 시작으로 ‘불교 그리스도교 대화에서 머튼의 선구적 업적’과 수도승 간 교류 및 관상적 대화에서 머튼이 이룬 공헌 등 4장으로 구성됐다. 1941년 12월 10일 수도원에 입회해 1968년 12월 10일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나기까지 27년 동안 수도원에 살았던 머튼의 내적 신비체험을 비롯해 그의 삶을 관통한 관상과 수도생활, 종교 간 대화 등 그의 업적과 성과를 시기별로 나눠 실었다.

‘관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머튼의 영적 여정은 ‘무엇이 참된 인간의 삶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졌다. 관상적 깨어남이 없는 인간의 삶은 질서, 평화, 행동, 온전한 정신 등 모든 것이 의존해야 하는 영적 방향을 잃어버리고 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관상적 삶이야말로 참된 자기가 되기 위한 길이며, 하느님이 모든 사람의 깊은 내적 자아 속에 관상의 씨앗을 심었다”고 말한다. 그는 관상의 씨앗은 관상적 삶을 통해 열매 맺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종교 전통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의 마음에 뿌려져 있는 관상의 새로운 씨앗이 세상의 정신을 변혁하고, 급진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말한다. 이처럼 머튼은 관상 체험이 일상에서 진리와 사랑과 아름다움을 찾는 모든 인간에게 개방되어 있다는 확신을 줬다.

박 신부는 △불교와 그리스도교 수도승들 사이의 영적 연대의 개발 △한국적 형태의 수도생활 개발 △수도원 환대 프로그램을 위한 한민족 고유 정서인 ‘정’ 개념의 개발 등을 제안했다. 박 신부는 “영적 차원에서의 개방과 우정은 지적인 논쟁을 넘어 실존적이고 체험적인 대화를 이끌 수 있으며, 영적 형제들이요 자매들로서 불교와 그리스도교 수도승들 사이에 영적 유대를 맺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가톨릭 수도승들은 다른 종교 전통의 수도승들이 이교도나 경쟁자가 아니라, 같은 영적 여정에서 진리를 찾고 사랑과 자비를 나누는 공동 관상가들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토마스 머튼의 영성에 영감을 받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관상은 종교 간 대화의 미래다!’ 만약 우리가 하나의 영적 가족으로서 평화 안에서 함께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위대한 세계 종교들은 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할 것이며, 이 모든 종교 간 대화의 중심에는 반드시 관상적 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맺음말’ 중에서)

박현동(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아빠스는 격려사에서 “오늘날 종교 간 대화와 수도승들의 종교 간 대화에 머튼 신부님이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아시아 베네딕도회 수도승의 관점에서 상세하고도 종합적으로 다룬 첫 저서”라고 밝혔다. 박 아빠스는 “머튼 신부님의 관상의 영성을 널리 보급하고, 모든 종교 간 대화의 기본 원리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줄 길잡이라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신부는 캐나다 토론토대학 리지스 칼리지에서 심리학과 영성신학으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부산 분도 명상의 집 책임자로 일하며, 피정과 강의를 통해 토마스 머튼의 영성을 나누고 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토마스 머튼의 수행과 만남

박재찬 신부 지음 /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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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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