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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름 그륀 신부가 전하는...인생이라는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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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등산길에서 안셀름 그륀 신부 지음ㆍ김기철 옮김 / 생활성서



세계적 영성가 안셀름 그륀(독일 성 베네딕도회) 신부가 인생길을 등산에 빗대어 묵상한 ‘산행 에세이’가 번역, 출간됐다. 안셀름 그륀 신부는 산에 오르는 것 자체가 ‘하느님을 향한 기도’라고 말한다. 걷기 좋은 계절, 안셀름 그륀 신부와 산을 올라보자. 추천사에서 전원(서울대교구) 신부는 등산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배낭 한편에 이 책을 넣고 가기를 권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인생이라는 산을 걷다

나이가 들수록 산에 오른다는 것이 한 사람이 평생 걸어가야 하는 끝없는 인생길로 다가옵니다. 길 위에서 우리는 자주 한계 상황에 마주치고,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체념하기도 합니다. 정상에서 만끽하는 쾌감뿐 아니라 저 깊은 골짜기 밑바닥에 내려앉은 것 같은 절망감 또한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하나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또 다른 길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내가 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지금까지 걸어왔고 앞으로 걸어가게 될 길에 전적으로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굳은 신뢰에 나를 내어 맡기며 커다란 산을 향해 발을 옮기기 시작하면 높게만 보였던 산도 점차 조금씩 낮아짐을 느끼게 됩니다. 하느님과 함께 어떠한 역경도 이겨 낼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눈 감고 회피하거나 겁먹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대한 산처럼 겹겹이 쌓인 문제들도 결국에는 해결할 수 있지요. 이 믿음으로 우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됩니다. 더 이상 우리는 산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위치에서, 그분의 시선으로 문제를 내려다보게 됩니다. 산을 내려다볼 수 있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오르지 못할 만큼 험한 산이 아닙니다.



산에서 내려오다

산에서 내려오는 것을 단순히 외적인 측면에서의 어떤 과정이라고만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늘 위를 향해 올라가기만 할 수는 없지요. 나이가 들거나 은퇴해 직장을 떠나는 것도 하나의 하산이지요. 나이가 들면 더 이상 예전만큼 높은 산꼭대기를 오를 수 없을뿐더러, 걸을 수 있는 시간 역시 예전처럼 그렇게 길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평평한 길에 놓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산 위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면, 엘리야 예언자가 호렙산 위에서 겪은 일들이 어렴풋이나마 그려집니다. 바람 한가운데에서 나 자신과 마주하며, 내 삶 전체를 책임감 있게 받아 안습니다. 산꼭대기에 서서 광활한 풍경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자신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지요. 자신에 대해 과소평가했거나 반대로 과대평가했던 모든 순간이 사라지고, 내 안에 더는 감출 것 없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를 세웁니다.

우리는 산에 오르지만, 하느님께는 결코 닿지 못합니다. 그러나 나는 항상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고 그분 안에 머무릅니다. 하느님은 내가 산에 오르는 유일한 이유이지만, 이 삶을 마감하고서야 비로소 하느님의 얼굴을 뵙게 되리라는 것 또한 믿습니다.

“산들이 밀려나고 언덕들이 흔들린다 하여도 나의 자애는 너에게서 밀려나지 않고 내 평화의 계약은 흔들리지 아니하리라.”(이사 54,10)

-독일의 안셀름 그륀 신부로부터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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