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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을 스친 봄의 숨결, 사진과 글로 채취하다

개갑장터 성지 강석진 신부·이규열 사진작가, 「고창 화첩」 출간봄 풍경 사진에 강 신부 묵상 글 담겨… 여름·가을·겨울편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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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갑장터 순교성지에서 사목하고 있는 강석진 신부(왼쪽)와 여행전문 사진가 이규열씨가 고창의 봄을 담은 「고창 화첩」를 펴냈다.

 

 
▲ 「고창 화첩」 표지.

 

 


복자 최여겸(마티아, 1763∼1801)의 순교지 ‘개갑장터’를 품은 전라북도 고창. 이곳 개갑장터에서 사목하고 있는 강석진(한국순교복자수도회) 신부와 이규열(베리타스) 사진작가가 고창을 스쳐 지나가는 봄의 숨결을 사진과 글로 채취한 「고창 화첩」을 펴냈다.

2020년 11월 8일, 강 신부는 고창군 심원면에 있는 심원공소와 공음면에 있는 개갑장터 순교성지 담당으로 소임을 받아 내려왔다. 그는 을씨년스러운 늦가을, 잿빛 하늘, 겨울의 눈발을 바라보며 낯선 힘겨움을 느꼈다. 그러나 봄이 가까워지면서 고창이 지닌 생명력이 꿈들 대기 시작했다. 청보리 새싹이 올라오고, 논은 벼 나락을 받아들일 채비를 하고 있었다. 겨울의 장막이 걷히고 봄 햇살이 고개를 내밀면서 강 신부는 수북이 쌓인 눈 속에서 봄을 꿈꾸고 있던 새싹과 씨앗의 존재를 깨달았다. 노을과 구름, 별과 바람, 황토와 갯벌, 조개와 새, 소나무와 대나무 등 고창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에 눈을 떴다. 그러면서 겨울 별 밤, 매서운 바람을 맞고 서 있는 소나무의 푸름 등 겨울에 흘려보낸 것들도 자연스럽게 다시 돌아봤다.

“인생의 소중한 한 자락의 겨울을 흘려보낸 아픔 때문에 봄부터는 놓치지 않으려고 이규열 사진작가의 소중한 작품에 봄 글자를 몇 자 적었습니다.” (강석진 신부)

「고창 화첩」(흐름출판사)은 강 신부가 겨울을 흘려보낸 아픔 덕분에 탄생한 사진집이다. 개갑장터 순교성지와 고창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책이다. 고창의 선운산, 고인돌, 팽나무를 비롯해 붉은빛으로 물든 석양, 질퍽한 갯벌에 몸을 뉘인 바지락과 조개 등에 뷰파인더를 들이밀었다. 날씨에 따라 모든 풍경의 느낌이 다르고, 일기 예보와 다르게 날씨가 변해 이 작가는 서울과 고창을 몇 번씩 오갔다. 30점에 가까운 사진마다 적힌 묵상 글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사진을 바라보는 사제의 시선은 농부였다가 때론 시인이 된다.

이 작가는 “다양한 나라의 많은 장소를 다니며 오랜 기간 촬영해온 여행전문 사진가로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 “작가적 관점과 신앙인의 마음으로 같은 장소를 여러 번 가서 좋은 장면을 잡아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한 장소에서 4시간 30분을 머물며 찍은 사진도 있다. 그에게는 나름의 묵상 시간이었다.

강 신부는 개갑장터 순교성지의 고유 영성 중 하나인 ‘무시, 모욕, 천대를 십자가 신비로 극복하는 삶’을 순례자들과 함께 묵상하고 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강 신부는 2명의 수도회 형제들과 함께 개갑장터 성지와 심원공소를 지키고 있다. 개신교 신자였던 이 작가는 4년 전 아내의 오랜 기도와 소망으로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

두 사람은 처음 서울 새남터성당에서 사제와 본당 교우로 만났다. 두 사람은 고창의 봄에 이어 여름ㆍ가을ㆍ겨울의 숨결도 담을 계획이다. 계절은 항상 변하고 있어, 지금은 한창 고창의 여름을 담느라 분주하다.

“큰 호흡을 하고,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면서 세상을 좀 더 자주 두리번거리면 좋겠습니다. 손에서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귀에는 이어폰을 빼고, 짬만 나면 인터넷을 하려는 마음을 접으면 세상을 넓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고창은 나름대로 좋은 동네이지만, 궁극적으로 독자들이 있는 바로 그 자리가 좋은 동네임을 알았으면 합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열린 마음으로 작고, 소중한 것들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모두 좋은 사진사이며, 글쟁이입니다.”(강석진 신부)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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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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