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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로 올곧게 하느님께 달려가는 신부

달리기 매력에 푹 빠진 김성래 신부 16년 동안 달려온 마라톤 여정 담아 마라톤 대회 참가 때마다 후원금 모아 가난하고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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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면 계속 달려야 합니다 김 하상바오로 신부 지음

분도출판사



김성래(하상바오로) 신부는 자신이 언제 마라톤을 하기로 마음먹었는지 정확히 기억한다. 2003년 대구가톨릭대 신학교에서 학부 4년 과정을 마치고,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클리브랜드 신학대학원에 유학을 갔을 때다. 미국 신학생들이 즐기는 농구와 미식축구는 유일한 외국인 유학생인 그에게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했다. 5개월이 넘는 혹독한 겨울을 보내는 동안 건물 안에 갇힌 그에게 러닝머신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격렬한 달리기로 땀을 흘리며 유학생활로 밀려오는 거친 물살에 맞설 수 있었다.

그가 달려온 역사는 2005년 4월 한국영화 ‘말아톤’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영화 주인공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5살 지능의 청년 초원이었는데, 그는 2001년 춘천 마라톤대회에서 서브스리(sub-three, 세 시간 이내 풀코스 완주)를 한 실재 인물이었다. 유학 중 학업에 뒤처져 있던 그는 초원이처럼 ‘백만 불짜리 다리’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그는 달리는 신부가 되었다. 16년 동안 마라톤을 하며 자신을 넘어서 초월하는 체험을 경험했다. 달리는 동안만큼은 자신을 송두리째 잊어버리고 타인에게로 향하는 신비로운 무아의 경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는 달리기라는 몸의 행위를 통해 스스로 자신을 자기 안에 가두지 않고, 세상과 이웃, 더 나아가 하느님에게 달려가는 법을 터득했다.

「살아있다면 계속 달려야 합니다」는 ‘달리는 신부의 살아있는 사람 이야기’를 부제로 달고 세상에 나왔다. 책갈피마다 그가 사제로서 달려온 삶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달리며 만나게 된 인연들도 소개했다. 그는 보스턴, 뉴욕, 시카고, 도쿄 같은 큰 마라톤 대회뿐 아니라 제주, 경주, 춘천 등 국내 마라톤 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했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다기보다 자신이 가진 몸으로 하느님을 바라보며 달렸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후원을 받아 마다가스카르, 중앙아프리카, 볼리비아의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Living Man)’은 그가 신학생 시절, 클리브랜드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함께 뛴 신학생 크리스 저루카가 붙여준 이름이다. 그는 당시 태어나 처음으로 21㎞를 달리며 몸을 통해 새로운 삶의 환희를 맛봤다.

“이성과 매너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은 자유가 팔과 다리, 심장과 폐를 통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고 영혼마저 고양시켰다. 숨은 몸의 박자며, 땀은 몸의 환희였다.”(25쪽)

김 신부는 달리기의 기쁨과 황홀, 무아의 체험뿐 아니라 코스별 마라톤 훈련법, 마라톤 할 때 유의할 점도 알려줬다. 함께 달릴 때 커지는 의미와 기쁨을 전하며, 더 많은 이가 달리기에 동참하기를 권유한다.

그는 “나처럼 달리기를 통해 삶과 신앙에서 용기를 얻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특히 젊은이들이 더 많은 상상과 도전으로 몸과 마음의 자신감을 찾으며, 마침내 믿는 사람 모두가 ‘살아있는 사람’이 되어 자신의 몸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서문에서 의사이자 러너인 철학자 조지 시핸이 남긴 말을 인용했다.

“달리기는 일반적인 것을 비상하게, 평범한 것을 독특하게, 일상을 영원하게 만든다. 놀이로 시작해서 고통을 향해 나아가고 마침내 기쁨으로 끝난다.”

현재 김 신부는 대구가톨릭대 효성캠퍼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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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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