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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커피는 선교사들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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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으로, 세계 평균인 132잔의 3배에 달한다. 오늘날 우리 문화의 일부가 된 커피는 사실 순교자들도 마시던 음료다. 순교자들은 어떻게 한국에서 첫 커피를 마시게 됐을까.

8월 14일 솔뫼성지에서 열린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토크 콘서트에서 동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펴낸 김영(요비타엘리사벳)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커피를 마신 사람이 고종 황제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50여 년이나 앞서 세 명의 신학생이 마카오에서 서양식 식사를 하면서 커피를 마신 최초의 인물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사료에 ‘김대건 신부가 커피를 마셨다’는 직접적인 기록은 없지만, 개연성은 매우 높다. 김대건 신부 유학 당시 프랑스는 대륙봉쇄령이 해제되면서 커피가 크게 유행하던 시절이었고, 프랑스 선교사들과 함께 생활하던 김대건 신부와 신학생들이 커피를 마셔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오히려 적다. 무엇보다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에게 철학을 가르쳤고, 후에 제4대 조선대목구장이 된 성 베르뇌 시므온 주교(사진)는 조선 땅에 처음으로 커피를 들인 장본인이다.

“커피 40리브르, 흑설탕 100리브르.”

우리나라 커피 전래에 관한 최초의 문서기록이자 최초의 커피 주문서 내용이다. 베르뇌 주교는 1860년 3월 6일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리브와 신부에게 보낸 서한에 조선 선교지에 필요한 물품을 요청하면서 커피를 함께 주문했다. 40리브르를 현재 도량형으로 환산하면 18.14㎏ 가량이다. 마침내 베르뇌 주교는 1861년 4월 7일 조선에 입국하는 선교사들 편에 커피를 받았다.

베르뇌 주교는 왜 커피를 주문했을까. 학자들은 팬데믹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1860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콜레라는 조선에도 창궐했는데, 베르뇌 주교는 조선에서 콜레라로 약 40만 명이 사망했다고 전하고 있다. 오늘날 인구로 치면 200만 명이 콜레라로 죽은 극도로 혼란한 시기였다. 따라서 박해와 전염병 속에서 심신이 지친 베르뇌 주교에게 위안이 될 것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베르뇌 주교는 커피를 받은 해 9월 30일자 편지에서 “커피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더 여름을 잘 보낼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그런데 베르뇌 주교의 커피 주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861년, 1863년, 1865년에도 커피를 요청했다. 그 양을 모두 어림잡으면 130㎏ 정도다. 당시 커피 추출에 사용된 커피의 양이 1잔에 4g이었음을 감안하면 자그마치 3만2500잔 분량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커피의 희소성 때문에 2번 이상 우려내는 일도 흔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베르뇌 주교가 커피를 처음 받고 순교하기까지 5년 동안 매일 30~40잔을 마실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 많은 커피는 누가 다 마셨을까. 「커피 세계사+한국 가배사」를 저술한 한국학중앙연구원 이길상 교수(프란치스코)는 베르뇌 주교의 이 엄청난 커피 주문이 커피를 선교에 활용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선교사들의 서한들을 살피면 선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물품은 받아볼 엄두도 내지 않는데, 첫 커피 주문 이후 매년 커피를 들였다는 것은 선교에 도움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숭늉처럼 구수하고 설탕을 넣어 달콤한 커피가 조선인들에게 환영 받았을 것이고, 특히 1860년대부터 이 커피를 즐겨 마시던 집단은 천주교 신자들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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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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