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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50주년 맞은 시인이 빚은 우화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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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정호승 글 / 시공사



주머니 달린 수의, 해우소 받침돌이 된 바윗돌, 총 맞은 하동 송림 소나무, 김수환 추기경의 손, 성체가 된 한 알의 밀, 못생긴 불상, 걸레…. 이 세상에서 주연으로 나서기 힘든 하찮은 존재들이 작품의 주인공이 됐다. 보잘것없는 생을 살아가는 이들은 ‘나는 도대체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 ‘왜 이러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하며 질문의 답을 찾아간다.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은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이 시적 감성과 동화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우화소설집을 펴냈다. 동시와 동화,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쌓아온 문학관이 집대성된 작품이다.

「산산조각」 우화소설집의 화자와 주인공인 우리 일상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미미한 존재들이다. 정 시인은 동식물과 사물들이 지나왔을법한 시간과 경험, 깨달음을 통해 인간 삶의 속성을 깊게 들여다본다. 평생 쇠를 이겨내고 칼날을 날카롭게 갈아온 숫돌이 어느 날 칼 갈기를 거부하고, 천이 해어져 바닥을 닦는 걸레가 된 팬티는 서러움에 눈을 뜨면서 자신의 가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시작한다.

석가모니가 태어난 고향이라고 전해지는 네팔 룸비니의 한 조각가는 부처의 고행을 모티브로 한 조각상을 제작한다. 이 작은 조각상은 순례객의 눈길을 끌지 못하다 중년 남성에 의해 한국으로 오는데, 이 중년 남성은 심란할 때마다 조각상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삶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중년 남성의 절망 앞에서 부처 조각상이 말한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은 것이고,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가면 된다”고.

정호승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은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 그 가치를 통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우화의 방법으로 성찰해본 것”이라며 “가치 없는 존재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가치를 어떻게 발견하고 어떠한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에 있다”고 썼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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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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