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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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압과 순교의 역사 뒤 ‘한국 교회사 숨은 이야기’

서학 둘러싼 논란과 쟁점 등 자세히 다뤄자료 입체적 해석 통해 학문적 가치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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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정민(베르나르도) 지음

김영사



“연재를 시작할 때는 가볍게,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사료가 자꾸 나오니까 나중에는 전쟁하듯 썼습니다.”

다산 정약용을 다각도로 연구해온 한양대 국문학과 정민(베르나르도) 교수는 2019년 다산의 청년기와 천주교 신앙 문제를 다룬 「파란」을 펴냈다. 그 과정에서 조선 사회에 서학이 끼친 영향에 관심을 갖게 됐고, 본지에 2020년 5월부터 2년에 걸쳐 ‘한국 교회사 숨은 이야기’를 연재했다. 그 사이 조선에 서학 열풍을 일으킨 천주교 수양서 「칠극」을 번역했고, 그 기록들은 다시 한 권의 책으로 모아졌다. 바로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1770년대 중반 서학의 태동기부터 1801년 신유박해까지 초기 천주교회의 역사에서 천주교계와 학계에 답습되어온 오류를 바로잡았고, 서학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을 총망라했다.

“연재와는 다르게 순서를 뒤집었고, 약 1000개의 주석을 달아서 학술성을 높였어요. 쟁점이나 논란이 될 내용이 많아서 확실한 근거를 마련한 겁니다. 관변 자료들이 있고, 천주교 내부 자료도 있고, 「송담유록」 「눌암기략」 같은 자료들이 여러 포지션에 있는데, 저마다 말하는 내용이 있어요. 그걸 다 모아서 하나의 맥락으로 꿰면 어떤 게 진실인지 아닌지 드러나는 거죠.”

한양대 연구실에서 만난 정민 교수는 무려 900쪽의 책을 엮어온 지난한 시간을 되돌아보며 고충을 토해냈다. 서학의 수용과 배척이 불러일으킨 남인 내부의 첨예한 갈등, 이벽·정약종·황사영·강완숙 등 교회의 핵심 리더, 명도회를 비롯한 중앙과 지방의 신앙공동체, 명례방 집회와 주문모 신부 실포 사건, 민중의 신앙생활과 퍼즐 같은 세례명 표기까지. 탄압과 순교의 역사 뒤에 가려진 절체절명의 시간을 주요 인물과 조직, 사건을 중심으로 되살려내느라 하루 15시간씩 매달렸다. 그는 초기 서학 관련 자료가 기록의 문면에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진실에 다가서기 어려운 만큼 문장의 해설이 아닌 행간의 입체적인 해석을 통해서만 학문적인 가치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의 해석, 그 시도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과도 마주해야 했다.

“이번 책은 신앙과 학문, 정치가 맞물려 있어요. 교회사 측은 종교 쪽으로만, 국학 쪽은 종교를 배제한 채 인물의 학문적인 면만, 정치사나 사회사 쪽은 당쟁사로만 접근하니까 빠지는 부분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 간극을 통합하는 중간자적 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천주교 신자로서 쓴 것이 아니에요. 학자로서 그 시대를 관통했던 서학의 실상을 정리한 겁니다.”

당시 ‘조선판 그랜드 투어’를 통해 중국에 간 선비들은 서구 담론에 빠졌고, 서학을 통해 새로운 종교와 과학을 만나 가랑비에 속옷 젖듯 스며든다. 유학과의 접점을 고민했고, 태풍 같은 개혁의 돌파구를 서학에서 찾았다.

“접촉이 어느 순간 접속으로 넘어오죠. 그렇게 되면 나의 일부가 되는 거예요. 서학과의 접촉이 접속의 단계로 넘어오면 신앙이 되고, 세계관이 달라집니다. 천주교는 조선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어요. 조선 사회의 근간을 뒤흔든 서학의 진실, 천주학이 조선 사회에서 어떻게 태풍의 눈이 됐는지를 봐야 조선 후기가 제대로 보인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는 서학을 넘어 18세기 조선의 정치·사회·문화사 연구를 총망라한다. 페이지 압박만 넘어서면 각계의 입장을 떠나 조선 후기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정민 교수는 본지 연재 작업을 위해 함께 진행한 「송담유록」 「눌암기략」 「사학징의」 「상재상서」를 비롯한 천주교 관련 주요 문헌의 번역과 주석 작업도 차례로 펴낼 예정이다. 또 내년에는 하버드 신학대학원이 소장하고 있는 방대한 서학 서적 속에서 남은 퍼즐을 맞추는 지적 유희도 계획하고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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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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