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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지구, 빙하가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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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2022년은 폭염이 지구촌을 휩쓸었다. 동시에 홍수와 산불 등 각종 재해들이 유례없는 규모와 빈도로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극지방과 고산 지대의 빙하도 녹아내리게 한다. 뜨거워진 지구,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더 가속화되는 기후위기를 돌아본다.

지난 7월 초 이탈리아 돌로미티산의 최고봉 마르몰라다(해발 3343m)에서 빙하가 무너져 내려 등반객 11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이 예상치 못한 사고를 지구 온난화 탓으로 여긴다. 전에 비해 높아진 기온에 수년 동안 노출됐던 빙하가 녹아 줄어들었고, 폭염에 더 많은 열이 가해지면서 얼음 덩어리로 쪼개질 정도로 빙하가 불안정한 상태가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기후변화의 추세에 따라 빙하 붕괴의 재앙은 앞으로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보호단체인 레감비엔테(Legambiente)는 지난 8월 10일, 보고서 ‘빙하들의 행렬’(Caravan of the Glaciers)에서 1895년 기록이 시작된 이후 이탈리아 알프스 빙하지대에서 200개 이상의 주요 빙하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유럽의 역대급 폭염으로 알프스산맥의 얼음과 눈이 녹아내리면서 산사태와 눈사태의 위험이 높아져, 전 세계 산악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알프스 마터호른(4478m)과 몽블랑(4809m)의 탐방로 일부가 폐쇄됐다. 스위스 융프라우(4158m) 역시 100년 만에 처음으로 등정이 금지됐다.

녹아내린 빙하는 국경선까지 바꿨다. 스위스와 이탈리아 사이의 테오둘 빙하는 최근 크기가 4분의 1가량 줄어들어 국경선이 100m 정도 이동했다. 알프스산맥의 평균 기온은 최근 10년 동안 0.3℃ 상승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기온 상승 속도의 2배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100년에는 알프스 빙하의 80가 사라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온난화는 북극과 남극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얼음을 녹이고 있다. 프랑스 툴루즈대학 국제 연구팀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테라 위성의 도움을 받아 전 세계 21만7175개 빙하의 두께와 면적을 분석했다. 조사에 의하면 1999년에서 2019년 사이 20년 동안 매년 2900억 톤의 얼음이 사라졌다.

이 기간, 전 세계에서는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의 ‘빙상’(대륙의 넓은 지역을 덮는 빙하)을 더한 만큼의 얼음이 사라진 것이다. 가장 많은 얼음이 사라진 곳은 남극과 북극, 알프스산맥, 히말라야,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와 아이슬란드 등이다.

영국 리즈대학 극지 관측 및 모델링 센터(CPOM)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에서 28조 톤의 얼음이 사라졌다. 그중 절반이 그린란드 빙하와 남극의 평평한 얼음층인 ‘빙붕’(빙하나 빙상이 바다를 만나 평평하게 얼어붙은 거대한 얼음 덩어리)이다. 그린란드는 7조6000억 톤, 남극은 6조5000억 톤의 얼음이 사라졌다.

얼음이 녹는 속도도 빨라졌다. 1990년대에는 매년 약 8000억 톤의 얼음이 녹은 데 반해 2000년대에는 1조2000억 톤, 2010년대에는 1조3000억 톤의 얼음이 매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녹은 얼음의 68는 지구 기온 상승 영향으로, 나머지 32는 해수 온도 상승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한다. 사라진 28조 톤의 얼음 중 절반은 육지에서 사라진 얼음이다. 이 얼음이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가 세계의 해수면을 약 35㎜ 상승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바다에 얼어있던 얼음이 녹는 것 역시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해수면 상승은 당연히 해안 지역의 침수를 야기한다.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금세기 중에 잠길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린피스 호주태평양지부는 해수면 상승으로 키리바시, 바누아투, 솔로몬 제도에 속한 여러 섬나라들이 이미 물속으로 잠길 위기에 처해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영산강 하구와 낙동강 하구가, 3m 상승하면 금강 하구의 군산, 장항 등이 수몰될 수 있다. 서해안은 눈에 띄게 해안선이 후퇴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수몰의 위협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온난화가 급격하게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빙하가 반사하던 태양 복사열의 흡수율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기온 상승이 가속화돼 지구가 더 뜨거워진다. 이는 해류 시스템과 대기 순환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교란시켜 온난화 현상을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촉진하게 된다.

영국 더럼대학 연구진은 인류가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함으로써 지구 온도가 2℃ 오르면 해수면 52m에 달하는 세계 최대 남극대륙동부빙상(EAIS)이 녹아내려 수세기 안에 해수면이 최대 5m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구 온도 상승을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2℃ 이하로 제한한다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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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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