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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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위한 ‘꺼지지 않는 빛’

명동대성당 LED 장미 제작 김용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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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과 성탄 시기 명동대성당 들머리를 수놓는 LED 장미. 김용배 제공

 


2014년 DDP 광장에 설치해 큰 인기

연말마다 4000송이 조형물 불 밝혀

내년 10주년엔 특별 기부 행사 계획



12월이 되면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들머리는 영롱한 장미꽃들로 수놓인다. 대림과 성탄의 기쁨, 새해의 희망을 상징하듯 아름답게 빛나는 4000송이는 생화가 아닌 LED 조형물이다. 덕분에 이맘때면 명동의 명소에 들어선 색다른 장미정원에서는 연말 분위기까지 더해져 너도나도 이른바 ‘인생샷’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주)팬커뮤니케이션 김용배(요한 사도·사진) 대표는 해마다 보는 이 풍경이 마냥 흐뭇하다. LED 장미를 손수 제작해 직접 심었기 때문이다.

“명동대성당 들머리가 계단식이잖아요. 그래서 4000송이가 마치 1만 송이처럼 보여요. 환상적이죠. 2016년에 제가 (재)바보의나눔(이사장 구요비 주교) 이사를 맡게 됐는데, 뒤풀이 자리에서 관련 신부님들과 몇 시간 만에 추진한 거예요. 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명동대성당 들머리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공간’이 되길 원하셨는데, 그 의미를 꺼지지 않는 빛으로 담아낸 거죠.”

대림 제1주일을 앞두고 명동대성당 들머리에 LED 장미정원을 설치하기 직전 김 대표를 만났다. 정확한 명칭은 ‘라이트 로즈 가든’(The Light Rose Garden). 지난 2014년 유명 시계 회사의 신제품 홍보를 위해 LED 장미를 고안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패브릭으로 꽃송이를 만들고 LED를 넣어 불을 켜는 것까지는 수월했어요. 의외로 줄기에서 막히더라고요. 인조지만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는 자연스러운 장미를 만들고 싶은데, 일반 철사나 플라스틱으로는 안 되는 거예요. 을지로 조명거리 등을 뒤져서 단단하고 탄성이 좋은, 피아노 줄이 들어간 지금의 장미를 만들었죠.”

김 대표에게 2014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그해 10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광장에 들어선 2만 송이 LED 장미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고, 이후 국내외 곳곳에 설치됐다. 그에 앞서 8월까지는 우리나라를 사목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광화문광장에서 집전한 시복식의 행사 연출과 운영, 무대 제작과 의전을 총괄했다. 제대로 먹고 잘 틈도 없던 그에게 갑작스레 어머니의 말기 암 소식이 전해지고 하느님 곁으로 떠나보낸 것도 같은 해였다.

“중압감과 죄책감에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 모든 게 다 연결돼요. 제가 청년 시절부터 가톨릭 스카우트에서 활동하고, 2010년부터 서울대교구 사제 서품식을 담당했거든요. 아무리 모태신앙이라고 해도 교회의 세세한 부분을 모르면 교황님이 집전하시는 시복식을 어떻게 맡겠어요. 오랜 기간 훈련을 시키신 거죠. 그리고 반년 이상 준비한 시복식 행사를 모두 재능기부로 봉헌했는데, LED 장미로 돌려주셨어요. 솔직히 어머니에게도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했는데, 돌아가시더라고요. 그때는 많이 속상했지만, 정말 많은 신부님이 저 대신 병상을 지키셨고, 제가 그 행사를 맡아서 어머니가 정말 행복해하셨어요.”
 

 

홍콩에 조성된 LED 장미정원에서 기뻐하는 김용배 대표.

 


그의 삶은 신앙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고등학생 시절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홀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어머니 덕에 자연스레 믿음을 이어받았고, 학창시절 가톨릭 스카우트 활동을 통해 행사를 기획하고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재능을 키워나간 데다 아내까지 만나 성가정을 이뤘으니 말이다. 그 시절 다양한 활동으로 인연이 닿은 사제들과는 지금도 크고 작은 가톨릭 행사를 기획하고, 가톨릭 스카우트 부연맹장과 (재)바보의나눔 이사 등 교회 활동을 이어가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지금 50대 중반인데 솔직히 신앙에 대해 물으면 선뜻 뭐라고 답을 못하겠어요. 그런데 잊지 않으시더라고요! 꼭 그게 돈이나 어떤 관계,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니라 그냥 절절하게 느껴지는 게 있어요. 그때 곁에서 지켜드리지 못했지만, 어머니가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셨는지 제가 알거든요. 그거 하나면 된 거죠.”(웃음)

그는 교회 일이 ‘돈’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장미정원을 비롯해 대부분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했고, 외부 일처럼 손익분기를 따져 수익을 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고. 하지만 ‘의미’를 생각한다. 학창시절부터 그랬던 것처럼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구체화해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즐겁다. 그는 올해 명동대성당 들머리에 장미정원을 조성하면서도 벌써 내년을 생각하고 있다.

“내년이 10주년이거든요. 명동대성당 장미정원에도 의미를 더하고 싶어요. 2019년부터 영국 왕립 소아암센터에서도 환자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해 12~1월 LED 장미정원을 조성하거든요. 그 행사에서는 어린이든 유명인이든 10파운드를 내고 딱 한 송이만 살 수 있어요. 모이는 돈보다는 진심과 의미가 확산되기를 바라는 거죠. 저희도 이름이나 특별한 사연을 적어주고 그 수익금을 좋은 곳에 기부하면 모두에게 더 의미 있는 행사가 되는 거잖아요. 신자 여부를 떠나 해마다 적어도 4000명은 사회적인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이고, 명동대성당이라는 상징적인 곳에서 가톨릭이 이런 의미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게 중요하니까요!”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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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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