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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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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인 란치아노의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중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신부가 성체와 성혈을 축성하는 기도문을 외우고 난 뒤 동그란 모양의 제병이 살아 있는 살로 변하고 성작에 담겨 있던 포도주가 피로 변화한 것이다. 이윽고 신부는 성작과 성반을 높이 들어 올려 미사에 참례한 사람들에게 변화된 살과 피를 있는 그대로 보여 줬다.

이 기적의 ‘몸과 피의 형상’은 13세기 중반에 건립된 란치아노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 감실에 모셔져 오늘날까지 보존되고 있다. 훗날 란치아노교구장 페란토니 주교는 이 성유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요청했고 1971년 해부학과 조직학 교수인 오도아르도 리놀리는 ‘발견된 살은 인간의 심장 근육조직이며 불그스름한 액체는 AB형 인간의 피’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살과 피에는 유해를 보존하기 위한 화학적 방부 처리 흔적이 없다. 성유물에서 채취한 피는 정상적인 사람의 피와 동일했다’는 보고서를 남겼다.

란치아노의 성체뿐 아니라 수없이 많은 기적들이 역사 안에 존재했고,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역사학자 파트리크 스발키에로는 “현대에서는 기적과 설명 불가능한 현상에 대해 철저히 멀리하면서 무시해 버리거나 불가사의한 사건이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그 의미를 축소시켜 버리고, 혹은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추상적으로 여겨져 온 기적의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성을 느꼈던 그는 2000년부터 발현, 성흔, 환시 등을 조사해 그와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리스도교의 기적에 관해 알아보려면 기적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 파트리크 스발키에로는 자신이 출간한 기적에 관한 책과 다른 자료를 조사해 가톨릭교회의 기적 사례를 책 한 권에 담았다. 저자는 신학적인 이야기를 배제하고 실제 일어난 기적이 어떤 과학적인 조사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증거가 남아 있는지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책은 기적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기적이 무엇인지 다룬다. 그리스도교 기적이 갖는 두 가지 요소, 올바르게 식별하는 기준, 교회가 기적을 인정해 온 역사 등을 설명한 뒤 여러 현상이 나타나는 기적에 대해 1장에서 소개한다. 여기서는 성흔과 벽곡(음식을 먹지 않고도 사는 현상), 유루(예수님 혹은 성인의 형상에서 피나 눈물이 흘러내리는 현상), 시신이 부패하지 않는 현상 등을 다룬다. 2장에서는 750년 란치아노부터 2008년 폴란드의 소쿠카까지 네 차례에 걸쳐 나타난 성체성사의 기적을 소개하며 3장에서는 기적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기적의 근거를 추적해 온 저자는 책을 통해 "기적을 바라는 순간부터 기적은 위험한 것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며 기적을 통해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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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4-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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