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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브뤼’ 윤미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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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과자봉지, 우유갑 등 쉽게 버려지는 일상의 재료들이 성체를 형상화한 모자이크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윤미애(마리아·56) 아르브뤼(Art Brut) 작가의 손길을 거쳐 나온 작품이다. 프랑스어로 ‘원시 예술’이라는 뜻의 아르브뤼는 정신장애인이나 장애인 시설 재소자, 어린이 등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다듬어지지 않은 순수한 형태의 미술을 지칭한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윤 작가도 아르브뤼 작가로 활동한다. 특이하게 모자이크 작업을 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양부모와 수녀들 손에서 자란 윤 작가는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1990년 정신장애인 및 발달장애인을 위한 시설인 전남 광주 사회복지법인 소화누리 소화자매원에 정착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와 그림 등을 즐기며 풍부한 예술적 감수성을 보였던 윤 작가는 소화자매원에서도 틈틈이 예술작업을 이어갔다. 그러다 우연히 평소 즐겨 읽던 가톨릭신문에 나온 어느 할아버지의 모자이크 작업 기사를 보고 영감을 얻어, 2015년부터 신문지를 이용한 모자이크 작업에 돌입했다. 윤 작가의 작품을 발견한 직원들은 재능을 묻어두기 아깝다고 생각해 여성정신장애인 작가를 후원하는 대기업 사업에 응모했다. 대기업은 미술 재료를 제공하고 작품을 전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윤 작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작품을 화려하게 만들거나 꾸미지 않아요. 그저 예수님, 성모님 생각하면서 작업합니다.”

윤 작가는 재료들을 삼각형으로 잘게 자르고 한 땀 한 땀 종이에 붙이며 성체를 형상화한 원의 형태로 만들어간다. 글루건을 사용해 미세한 조각을 꼼꼼하게 붙이기 때문에 특유의 우둘투둘한 질감과 밀도가 생성된다. 초기에는 신문에 인쇄된 성모님과 주교의 사진을 잘라 작품 중심에 놓고 그 주변을 채우는 형식을 선보였다. 현재는 다양한 질감과 색상을 연구하며 원 형태의 성체를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작품 활동이 유일한 치유의 시간이며, 이 시간에는 괴로움과 고통이 없다”고 밝혔다.

윤 작가는 작품에서 표현하는 성체성사의 삶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데에도 힘쓴다. 작은 노력이지만 함께 사는 이들을 누구보다 먼저 챙기고 살갑게 대한다. 대화나 소통이 일반인들처럼 원활하지는 않지만 옆에 있는 이들을 부모요 형제요 친구로서 여기며 다가간다.

그는 “나에게 가족은 함께 사는 이들”이라며 “작품에도 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작가는 비슷한 처지에 처한 이들에게 희망을 건넸다.

“용기를 가졌으면 합니다. 저도 제 병 때문에 대화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화를 해야만 소통이 가능하니까 할 수밖에 없죠.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용기를 가졌으면 해요.”

윤 작가의 작품은 서울 중계동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1 전시실에서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라는 주제로 전시 중이다. 이 전시에서는 윤 작가를 비롯한 정신장애 작가 5명과 발달장애 작가 16명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전시 기간은 9월 22일까지다.

※문의 02-2124-5201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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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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