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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존엄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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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전통복식인 부르카로 전신을 가리고 외출해야 한다. 방송에서도 여성의 목소리가 나올 수 없다. 이슬람 무장단체인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들의 인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들.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대학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는 줄리아나 클라센스 교수는 여성의 존엄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목도하며, 구약성경 안에서 불의한 현실에 저항하는 여성의 모습들을 찾아냈다. 전쟁의 폭력, 강간의 폭력, 빈곤 그리고 불의한 가부장적 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찾아낸 클라센스 교수는 「여성, 존엄을 외치다」를 통해 그들의 저항이 이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제시한다.

1장 ‘전쟁의 폭력에 저항하다’에는 기브온 사람들에게 아들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리츠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들을 잃고 6개월간 농성을 하며 아들을 애도한 리츠파. 그녀의 굳은 결단은 그것을 목격한 모두에게 변혁의 힘을 보여줬다. 하느님은 리츠파의 애도를 듣고 비를 내렸고, 다윗왕은 폭력에 희생당한 이들을 제대로 매장하도록 지시했다.

의붓오빠에게 강간을 당한 타마르의 이야기도 2장 ‘강간의 폭력에 저항하다’에서 다룬다. 타마르에게 “어떻든 그는 네 오빠이니 이 일을 마음에 두지 말라”고 말하는 아버지. 끔찍한 시련 한가운데서 타마르는 입고 있던 옷을 찢고 울부짖으며 자신의 트라우마를 애도하고 죽음이 아닌 삶을 택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저항을 하는 타마르의 모습을 통해 클라센스 교수는 “희생자의 관점에서 생존과 회복에 초점을 두고 타마르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저항의 행위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원 부족이 야기한 비인간화에 창의적인 방식으로 저항하는 여성들의 모습도 4장에서 소개한다.

여기서는 남편 없이 시어머니와 살아가는 룻과 두 번이나 과부 신세가 된 타마르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남성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설상가상 덮친 기근까지 겪으며 삶을 유지해야 했던 여성들은 성실함과 지혜로 이에 대처했다.

이처럼 이 책이 담고 있는 여성 저항 이야기들은 많은 여성이 더욱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 여성들의 행동이 작고 미미하고 평범하게 보일지라도 다른 세상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는 정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교회의 가르침과도 맞닿아 있다.

클라센스 교수는 “구약성경에 나타난 여성들은 연대의 힘을 이해하고 저항했다”며 “구약성경 속에 드러난 여성들의 용감하고, 창의적이며 비폭력적인 저항의 행위들은 더욱 정의로운 세계를 위해 우리가 노력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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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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