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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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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지음/904쪽/4만4000원/김영사

가톨릭교회와 관련된 학문, ‘서학’(西學). 으레 서학은 당시 천주교 신자나 몇몇 학자들에게나 의미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정말 그럴까. 서학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지웠기 때문에 이제와서 그 영향력을 느끼기 어려운 것은 아닐까. 한양대 국문학과 정민(베르나르도)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서학은 조선을 관통했다”고.

책은 서학의 태동기인 1770년대 중반부터 신유박해가 일어난 1801년까지 조선 사회 속에 남은 서학의 깊은 흔적을, 그리고 서학에 깊이 매료된 이들, 바로 신앙선조들의 자취를 찾아나간다. 서학의 수용과 배척이 불러일으킨 남인 내부의 갈등, 이벽(요한 세례자)·정약종(아우구스티노)·강완숙(골롬바)·황사영(알렉시오) 등 초기교회의 지도자들, 명도회를 비롯한 여러 신앙공동체, 당시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세례명 표기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재구성해나간다.

저자는 한국한문학자로서 그동안 수많은 한문학 고전을, 특별히 다산 정약용을 심도 있게 연구해왔다. 다산의 천주교 신앙 문제를 파고들어 「파란」을 집필한 저자는 서학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에 초기교회사 문헌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 작업의 일환으로 번역한 「칠극」은 제25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번역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학에 관련된 기록들은 기록 자체만으로는 진실에 다가설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박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한쪽에서는 박해를 피하기 위해, 또 한쪽에서는 상대방을 박해에 얽기 위해 정보를 삭제하거나 왜곡시키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정황 증거 등을 살펴 행간을 읽고 추론해야하는 부분이 많다. 또 같은 현상도 교회사학계는 시복시성 추진을 위한 목적으로, 한문학계는 서학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태도로 상반된 해석을 하는 일도 있었다.

저자는 중간자적인 시각에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기존의 자료들은 물론이고 「송담유록」, 「눌암기략」 등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한 자료들도 재조명했다. 또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고려치명사량」, 「백가보」, 「신미년백서」 등의 자료도 수소문해 찾아내 직접 번역했다. 이를 통해 1000개가 넘는 주석으로 근거를 제시하며 입체적으로 교회사를 복원해낸다.

책은 학술적 연구의 성과지만, 인문교양서로 또 신앙서적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특히 정 교수가 복원해낸 신앙선조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신자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책을 통해 “사람은 가고 흐릿한 기록만 남았지만, 그들의 시간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울컥하곤 했다”며 “230여 년 전 이 땅에 천주교 신앙을 심은 순교자들의 뜨거운 신심이 매번 벅찬 감동으로 내 삶의 자리를 돌아보게 해주었음을 고백한다”고 전한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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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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