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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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11)힐빌리의 노래

이해할 수 없어도 소중한 존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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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콜로 3,13)

올해 아카데미 후보작 중 하나인 ‘힐빌리의 노래’는 예일대 법대생인 주인공 J.D. 밴스가 누나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마약중독인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이틀간의 여정을 담고 있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간 그는 가족을 다시 만나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힐빌리라는 영화 제목은 배경이 되는 켄터키 잭슨 지역과 오하이오의 미들타운 지역 일대를 일컫기도 하지만, 이 지역의 저소득층 백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나고 자란 주인공의 배경에 대한 암시도 포함된다.

그래서 주인공 J.D. 밴스가 회상하는 어린 시절은 그럴싸한 중산층의 삶이 아니라 하층민의 거친 삶이 자리한다. 여기에 마약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어머니 베브 밴스와의 불편한 기억이 중첩되고, 현재도 그 감정의 골은 메워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한마디로 이해 불가의 이미지이다.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하면서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고, 화가 나면 참지 못해 폭력을 가하고, 엉뚱한 행동으로 직장에서 잘리기까지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J.D. 밴스는 공부는 뒷전이고, 친구들과 사고를 치면서 살고 있는데, 그를 걱정하는 외할머니가 외손자인 J.D.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돌보기 시작한다. 친구들도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하고, 학교 공부에 전념하도록 이끈다.

외할머니는 J.D의 어머니 베브도 똑똑했지만, 외할아버지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하면서, J.D가 열심히 살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길 바라는데, J.D는 그때부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며 변호사로의 성공을 꿈꾸게 된다.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어머니를 앞에 두고, 법률사무소 인터뷰를 위해 당장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어머니의 손을 잡아주는 주인공 J.D의 모습은 그의 성공 여부보다 소중한 가족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가족보다는 개인적인 삶을 중요시하는 현대사회에서 가족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구태의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처럼 어떤 관계보다 우리의 삶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이 가족이다.

영화의 주인공 J.D.가 그랬던 것처럼 과거의 상처에 얽매여 살기보다는 하느님께서 주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비록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에 품을 수 있는 관계를 지향하면서.

무관심이나 퉁명스럽게 내뱉는 거친 말이 아니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는 따뜻한 말이 내 가족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현존하게 한다. 부활의 참 기쁨을 살아가는 신앙인으로서 이를 기억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

넷플릭스 공개




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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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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