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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14)빅 피쉬

허풍쟁이 아버지의 무용담에 숨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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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온 유명배우의 아이스크림 광고. 그 진지한 연기와 아이스크림의 조합이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광고는 물론 작은 엽서 한 장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담긴 이야기를 읽어내며 작고 큰 감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힘이다.

어린 시절 아빠 에드워드는 여행에서 돌아오면 늘 신기하고 놀라운 모험담을 들려줬다. 당연히 즐겁고 신이 났지만, 어른이 된 윌에겐 그 모든 것이 거짓이요, 허풍으로 들린다.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아빠와의 관계가 부담스럽다.

어느 날 아빠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에 내려왔지만, 임종을 앞둔 아빠는 그 상황에서도 여전히 믿을 수 없는 로맨스가 담긴 무용담을 나눈다. 너무도 진지하게 이야기 속을 거니는 아빠와 그 아빠가 거짓말쟁이로만 보이는 아들과의 틈새.

윌의 태도와는 다르게 엄마와 아빠의 친구들은 아빠의 이야기를 즐길 뿐만 아니라 아빠를 이해하고 존경하고 좋아한다. 결국, 아빠 친구의 도움으로 진실의 고리를 접하면서 윌은 조금씩 이야기의 실체를 찾아 나서며 이야기 속에 가려진 아버지의 본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살기 위해 늘 집을 떠나 있어야 하는 아빠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소재로 재미있는 판타지로 꾸며 아들에게, 이웃에게, 아내에게 전한 것이다. 아이들과 비교하면 어른들은 훨씬 더 진실을 아는 통로가 많다. 에드워드의 아내와 친구들은 에드워드의 선한 성품을 잘 알고 있기에 그의 놀이를 함께 즐긴다.

영화감독 겸 애니메이터요, 제작자며 작가인 팀 버튼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가위손’, ‘화성침공’ 등 이야기가 풍부한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이 영화도 그처럼 삶과 판타지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물론 어른이 된 아들 윌의 시선에서 보면 황당하지만, 아이처럼 함께 즐기는 마음으로 다가서면 인생 영화이기도 하다.

성경은 사실일까, 진실일까? 137억 년으로 예상하는 우주 역사를 6천 년으로 압축한 성경이 어떤 이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성령의 빛이 담긴 지혜로 바라보고 신앙으로 읽으면, 따스하고 용기를 주고 삶에 활기를 주는 멋진 하느님의 이야기 편지이다.

이 영화의 말미는 아름답다. 아빠의 진위를 알아챈 아들이 아빠의 시선으로 임종을 돕는다. 함께 상황을 즐기고, 이야기를 만들며, 이야기 속으로 들어선다.

누군가와 결이 같은 농담을 하고, 생각하고, 함께 웃어주고 울어줄 수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인생은 일만 송이 수선화 꽃밭처럼 참 풍요로우리라.

2021년 5월 12일 재개봉




손옥경 수녀(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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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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