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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18)프로페서 앤 매드맨

옥스퍼드 영어 사전을 만든 두 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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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경제적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던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1857년 옥스퍼드대 출판국에서 “어휘의 바다에서 나침반과 해도가 될 사전을 만들겠다”라며 사전 편찬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지만 원대한 꿈과는 다르게 20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이때 학위는 없지만 10여 개국의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괴짜 교수 제임스 머리(멜 깁슨)가 나서는데 권위와 엘리트주의에 젖어 있던 관계자들은 이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뛰어난 실력이 인정되어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된 머리 교수는 영어를 쓰는 모든 이들로부터 단어와 예문을 모으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는다.

많은 이로부터 편지가 도착하며 학자 몇몇이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푸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 그것도 잠시, 워낙 방대한 작업이라서 서서히 지쳐갈 즈음 고전을 풍부하게 인용한 수백 개 예문이 담긴 편지를 받게 된다. 보낸 이는 닥터 윌리엄 마이너(숀 펜)로 구금된 정신병 환자였다. 마이너는 미국 남북전쟁 중에 탈영병을 직접 고문한 데 대한 죄책감으로 늘 허상에 쫓기다가 정신착란으로 결국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

이 영화는 천재 교수와 천재 광인이 사전 편찬이라는 시대의 과업을 매개로 우정을 쌓아가는 씨줄과 윌리엄 마이너와 마이너로 인해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부인 일라이자의 감정이 날줄로 엮여 있다.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넘겨주며 실수의 책임을 지는 마이너와 그를 향한 분노의 감정이 용서로 변하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갈등하는 부인의 모습이 안쓰럽다.

사전이 조금씩 완성되어 가지만 윌리암 마이너가 정신병 환자로 살인까지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권위를 중시하는 학계 내에 큰 혼란이 인다. 머리 교수를 시샘하는 이들까지 겹쳐 모든 것이 엎어지는 위기를 맞지만, 주변 작은 이들의 용기로 반전을 맞는다. 사전작업은 이어지고 인류는 1928년, 12권의 초판 옥스퍼스 영어 사전을 갖게 된다.

언어의 최고의 권위를 지닌 사전이 학위가 아닌 실력과 열정만 지닌 이와 미친 사람(?)에 의해서 초석이 놓인 것이다. 만일 학위에 매여있는 누군가였다면 머리 교수처럼 모든 이들로부터 자료를 받겠다는 발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전의 대명사라는 명예도 얻지 못하고, 이후 만들어진 많은 사전에 영감을 주지도 못했을 것이다.

영화 안에는 신앙이 전면에 배치되지 않지만, 사명과 삶을 움직여가는 동력이다. 머리 교수는 하느님을 믿는 이로 위기에도 평온히 자기 일을 이어가고, 마이너 역시 속죄와 구원 문제에 골몰한다. 주님께서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에게 하신 ‘나의 자비는 너의 비참함과 전 세계의 비참함보다 더 크단다’는 말씀이 떠오른다.

두 번의 아카데미 주연상들을 탄 멜 깁슨과 숀 팬의 연기는 배우의 그림자를 잊고 역사와 인물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개봉 6월 2일




손옥경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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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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