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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19)크레센도

분쟁과 갈등을 이겨낸 평화의 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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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으로 지휘자 에두아르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연주자들 사이의 벽을 허물도록 이끌고 있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루카 19,42)

영화 ‘크레센도’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에두아르트가 평화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연주자를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고, 오케스트라를 구성해서 연습을 시작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은 첫 번째 연습부터 구체화한다. 누가 수석 주자를 맡는지, 어떤 자리에 앉게 되는지, 대화를 통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을 ‘테러리스트’, ‘살인자’ 같은 비방의 말을 주고받다가 몸싸움까지 벌이게 된다.

에두아르트는 이런 분위기에서 콘서트 준비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모든 단원을 유럽으로 데리고 가서 거기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연습하게 한다. 같은 유니폼을 입게 하고, 서로 섞여서 연습하게 한다. 콘서트 연습 외에 함께 모여 대화하는 시간,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불신의 벽을 허물도록 이끈다. 다행히 마음을 열지 않던 단원들을 조금씩 서로를 알게 된다.

오케스트라에서 서로 다른 악기를 가진 연주자들은 지휘자의 지휘를 따라 하나의 곡을 함께 연주해야 한다. 박자나 강약, 정확한 음도 중요하겠지만, 지휘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가 마음을 모아 연주하지 않으면 음악은 미완의 상태에 머문다.

이 평화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조금씩 회복해 가고, 불가능할 것 같은 도전을 통해서 평화의 가능성을 찾아가게 된다. 말도 섞지 못하는 단원들이 대화를 시작하고,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사랑의 감정까지 조심스럽게 키워가면서 그들의 연주를 완성해 간다.

여전히 갈등이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연주자들이 함께 모여 연주를 한다는 것은 ‘공상 과학’과 같은 도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콘서트가 성황리에 열린다고 당장 화해와 평화가 자리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평화의 시작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정치인들의 합의보다 오랫동안 쌓여있는 불신과 혐오를 줄여가고, 그 자리에 서로에 대한 이해를 키워가는 것. 반목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희망을 키워가야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바라보게 된다. 일본의 식민 지배로 시작한 양국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위안부’와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 보상을 거부하는 일본 정치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아마 쉽게 해결이 되지는 않겠지만, 진정한 화해를 바라는 일본의 깨어있는 이들과 교류하고, 그들이 목소리를 키워갈 수 있도록 함께 한다면, 거기에서부터 화해의 가능성은 시작될 것이다.

6월 24일 개봉




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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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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